이게 실화
한 시간의 버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뭐 했다고 벌써 일요일 저녁인지, 내일 출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두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터덜터덜 걷고 있을 때 누군가 툭 치고 지나갔다. 같은 버스를 탔던 승객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어이구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가볍게 목례하였다. 급한 일이 있는지 그는 나를 추월해 걸어갔다. 그때였다. 그의 왼쪽 어깨 위로 앵무새가 나타났다. 에? 앵무새? 빨간 머리와 초록 몸통. 강력한 원색. 동물농장에서 보던 앵무새였다.
“추운데 왜 나와 얼른 들어가.”
장난감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물이 맞는지 그는 앵무새를 타일렀다. 나를 의식했는지 그는 힐끔힐끔 뒤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은밀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는지, 앵무새의 존재를 알은체하면 기나긴 대화가 시작되리라는 감 때문인지 눈 마주치면 죽는 게임을 혼자서 시작했다. 흰자로 그들을 바라보고 귀를 쫑긋 세우고 대화를 듣고 있지만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한 채 옆을 절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앵무새는 그의 품속에 숨어서 기사님과 승객들 몰래 버스를 타고 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과 3분 정도 같은 방향으로 걸으면서 알아낸 사실은 새는 말을 못 한다는 것이다. 앵무새라고 다 말할 수 있는 게 아닌 걸까. 감기에 걸릴지 걱정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운동장처럼 종종종 그의 어깨 위에서 뛰어다녔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는 내내 답답했는지 새는 외투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이는 ‘금쪽상담소’에, 개는 ‘세나개’에 나가면 된다지만 말 안 듣는 새는 어디에 조언을 구해야 할까.
이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새가 왜 품 안에서 나오는 거지. 새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되나. 저 새는 도망도 안 가고 주인한테 잘 붙어있는 걸 보니 친밀감이 높나 봐. 한 시간 동안 외투에 있었으면 안 답답했나. 근데 내가 보고 있는 게 진짜 새가 맞나. 왜 새가 있는 거지. 왜? 새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끝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눈을 뜨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시야에 담지 않은 채로 무정 걷기만 하니 어느 순간 그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친구는 완전 시트콤 재질이라며 박장대소를 했다. 그러게. 이런 일이 종종 있을 때마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매번 신이 나서 조잘거린다.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한 번쯤 의문을 품는다. 왜 너한테만 웃기는 일이 생기는 거야. 그러게. 어쩌면 코난이 사건을 몰고 다니는 것처럼 나도 에피소드를 몰고 다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