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때린 날, 나는 오래된 꿈을 떠올렸다

by 연지

몇 해 전, 꿈에서 아이의 머리를 세게 때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한 번도 아이를 때려본 적이 없었기에

그 꿈은 유난히 낯설고 두려웠다.

손끝에 남아 있던 감촉과

그 순간 밀려왔던 감정이 너무도 생생해서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혹시 나에게도

아이를 해칠 수 있는 마음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그 생각 하나로

나는 오래,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서 그 꿈은 잊히지 않았다.

경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음을 잘 다스리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거라는

조용한 예고처럼.


그리고 오늘,

그 예고는 현실이 되었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늘 반복되던 잔소리와

초등학생 아이의 말대꾸.

특별한 이유도, 결정적인 사건도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이를 바라보는 내 안의 균형이 무너졌다.

아이의 눈빛이

나를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짧은 오해와 감정의 파도 위에서

나는 손을 들었다.


한 번이 아니었다.

멈추지 못했다.

정신이 나갔다는 말 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다.

내 손이 아릴 만큼 때렸지만

아이는 울지 않았다.

아마도 너무 놀라서

울음조차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침묵이

나를 더 깊이 무너뜨렸다.


나는 알고 있었다.

요즘 내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흔들림이

아이에게 닿을 만큼 가까이 와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다.

무엇보다,

미안했다.

내가 어릴 적

매일같이 겪으며 견뎌야 했던 그 시간들.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그토록 다짐했던 기억들.

그 모든 것을

결국 내 아이에게 건네고 말았다는 사실이

나를 가장 아프게 했다.


꿈속에서 느꼈던 그 감촉과

오늘 내 손에 남아 있던 감촉은

너무도 닮아 있었다.

죄책감의 모양까지도.

마치 그 꿈이

미리 알려주려 했던 것처럼.

이러면 정말 후회할 거라고,

그러니 마음을 놓치지 말라고.


아이를 볼 수가 없었다.

방으로 들어가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무엇부터 붙잡아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를 예전과 같은 눈으로 보지 못한다.

아이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울지 않던 그 표정이 먼저 떠오른다.

그 표정은

미움이 아니라

너무 큰 당황이었을 것이다.


나는 안다.

이 일은 어떤 말로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는 것을.

아이에게는 이유 없는 폭력이었고

나에게는 분명한 실패였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나를 변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같은 자리에 서지 않기 위해서.


아이에게는 사과했다.

그 말이 아직은

아이의 마음에 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과는

한 번의 말이 아니라

이후의 시간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워가고 있다.


이제 나는

완벽한 부모가 되겠다는 약속은 내려놓는다.

대신 멈출 줄 아는 어른이 되겠다고,

손보다 먼저 말을 떠올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기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이 글이

누군가에게

“지금, 멈춰야 한다”는 신호가 된다면

이 고백은 그 자체로 역할을 다한 셈일 것이다.


상처는 이미 생겼다.

그러나 상처 이후의 시간을

다시 선택할 수는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시간을

조심스럽게 건너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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