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의 밥, 학교, 친구, 감기, 숙제,
그리고 그 모든 것 뒤에 있는 돈과 일.
어른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가끔 벅찰 만큼 많은 것들이다.
특히 계약직으로 일을 하다 보면
불안은 더 또렷해진다.
계약서에 적힌 날짜를 볼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다른 질문이 따라온다.
“이 일이 끝나면 나와 아이는 어떻게 될까.”
그래서 어떤 날은
내 불안이 두 배가 된다.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삶과도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계약이 끝나던 날도 그랬다.
내가 무너질 수는 없다는 생각과
그래도 너무 지쳐 있다는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누군가는 연결해 주었고
누군가는 괜찮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그 마음들이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 기대가 무서웠다.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마음은 예전 같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심장이 괜히 빨리 뛰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나를 보며
스스로를 더 작게 만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사람들이 괜히 나를 도와준 건 아닐까.”
그 생각들이 반복되면서
마음은 점점 더 가라앉았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내 상태를 인정하게 되었다.
아, 내가 많이 지쳐 있구나.
혼자 아이를 키우며
불안정한 일을 이어가며
나는 꽤 오래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다른 삶을 상상해 본다.
회사에 계속 기대어 있어야 하는 삶이 아니라
조금 더 단단한 기반을 만드는 삶.
그래서 떠오른 것이
노무사라는 길이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도 안다.
아이를 키우며 공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안다.
그래도 이상하게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조금 조용해진다.
어쩌면 나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회사와 분쟁이 있을 때 여러모로 알아보며 도와준 일이 있었다
일이 잘 해결됐을 때 보람 있었고 누군가는 이쪽 공부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준 이도 있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불안정한 삶 속에 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아이와 함께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오늘도 아이 밥을 차리고
일터로 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꽤 오래
잘 버텨온 삶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마흔의 끝자락.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은
무너지는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다시 꾸려볼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길,
조금 더 단단한 삶을 향해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오늘도
아주 작은 희망 하나를
조용히 마음속에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