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에 대하여
엄마: 뭐가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아.
딸램: 오랜만에 한국에서 지내잖아.
엄마: 그동안도 일 년에 두 번씩 한국에서 지냈거든.
딸램: 한국에서 맞는 봄, 가을은 7년 만이라구!
엄마: 한국에서 맞는 추석도 7년 만이라면서, 나한테 명절 음식 해달라고 졸랐잖아. 엄마 엄청 바쁜데….
딸램: 너무 너무 먹고 싶었단 말이야. 엄마가 해준 양념꽃게무침, 코다리찜, 불고기... 전부 다.
엄마: 네가 너무 너무 먹고 싶었다는 리스트는 절대 끝이 안 나더라. 아주 네버엔딩 스토리야. 그거 하다가는 내가 부엌데기로 죽고 말 거야. 넌 하고 싶고, 먹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탈이야. 만족을 모르고 욕심을 부리면 늘 갈증을 느끼고 행복해지지 않는다구.
딸램: 엄마도 그러잖아.
엄마: 내가 언제? 나는 그렇게 욕심 없어.
딸램: 거짓말 마. 맨날 책 배달 오더만. 아주 끝이 없어. 무슨 책 욕심, 공부 욕심이 끝나지를 않아? 그것뿐인가? 일 욕심에, 자식 욕심에….
엄마: 괜찮아?
딸램: 아니. 그냥 눈물이 말랐을 뿐이야.
엄마: 그래도 대단해. 대학 총장한테까지 메일을 보내다니!
딸램: 그만큼 지금은 내가 아주 절실하거든.
엄마: 넌 나랑 안 닮은 것 같아. 난 그런 용기는 없어.
딸램: 엄마는 지금 상황이 어때?
엄마: 불합격, 불채택, 불선정, 아주 내 마음이 불구덩이지.
딸램: 원래 뭐든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지. 더 노력해!
엄마: 그래 우린 어차피 극복의 아이콘이니까!
딸램: 난 사실 극복의 아이콘은 하기 싫어. 다른 친구들처럼 그냥 패션의 아이콘, 이런 거 하고 싶다고.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돈 걱정 없이 공부만 하면 되는 애들은 표정들도 해맑더라.
엄마: 내가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거나, 내가 부자랑 결혼했으면 넌 안 태어났어. 감사하게 생각해라.
딸램: 그건 그렇지만, 어쨌든 그렇게 해맑은 애들 보면 세상 참 불공평한 것 같아.
엄마: 네가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넌 평균적으로 볼 때 누리고 살았거든. 그래도 능력 되는 아빠가 그나마라도 지원을 해줘서 미국에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오고 의전원 합격증까지 받은 거잖아. 더 어려운 친구들 생각을 해야지.
딸램: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네.
엄마: 그냥 극복의 아이콘으로 쭉 가자. 그럼 어쨌든 극복하는 거잖아. 그것만이 희망이야!
딸램: 그래. 내가 이 어려움을 이기고 언젠가는 반드시 ‘유퀴즈’에 출연할 거야.
엄마: ‘유퀴즈’가 성공 확인 도장이라도 되니?
딸램: 응. 그게 지금 내 희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