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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울건너 Nov 05. 2024

조막손 꿀떡

                                                                                                                                                                                                                                                                                                                                                                                                                                                                  

옆 집 새댁이 아기 백일이라고 떡을 가져왔다. 부담은 갖지 마시라는 말과 함께.

 


돌아보면 나는 답례에 소홀했다. 그래서 놓친 행복이 얼마나 많았던가.

고마운 마음은 표현해야 하리라.       


내복 가게로 가서 아기 내복을 사고 문구점에 들러 카드를 샀다. 

카드 속지를 열어 덕담을 썼다.      


‘햇빛 드는 방에서 목욕 후에 두드려주는 아기 분 냄새, 젖 먹은 아가의 입 속 향내, 아가 몸에서만 맡을 수 있는 배리배리한 내음, 이 모든 아가 향이 우리 집까지 전해지는 느낌이어서 나는 요즘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아가 탄생 백일을 축하하고 아가의 건강과 밝은 장래를 기원합니다. 

꼬옥 쥐고 있는 아가의 조막손처럼 예쁜 꿀떡과 백설기 참 고마웠어요. 

-FROM 옆 집-     


그녀의 집 현관문고리에 살며시 걸어놓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녀를 만나지 않길 바랐다. 쑥스러워서.       


몇 시간 후에 외출하려고 현관문을 열고 나왔는데 복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녀가 아니기를..

나는 키를 작게 하며 가만가만 엘리베이터를 향해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힛코, 그녀가 유모차를 끌고 복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나는 쑥스러움을 감추고 미소 지었다. 그녀도 미소 지었다.      

그녀가 카드 읽고 눈물이 났다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나의 진심 그대로를 전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녀가 눈물을 닦았다. 자꾸 눈물을 닦았다. 계속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그냥 두면 울음보가 터질 것 같아 나는 유모차에 누워있는 아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가야 엄마 왜 울지? 엄마 바보구나.” 

그녀가 안경을 들추고 눈물을 닦으며 웃었다. 나도 웃었다. 아가가 조막손을 흔들며 무어라 무어라 자꾸 꽁알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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