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by 개울건너

늦봄에 쥐눈이 콩을 심었어요 한 뼘 간격으로.

며칠 뒤에 보니 새들이 흙을 헤치며 흙목욕만 하고 갔을 뿐 콩은 파먹지 않아 한 뼘 간격 그대로 싹을 다 내밀었어요.


쥐눈이콩은 성장에 까다롭지 않아서 특별히 보살펴주지 않아도 제 알아서 잘 자랍니다.

콩은 인심도 후해 서너 알 심은 자리에서 콩주머니가 닥지닥지 달리지요.


늦가을 서리 내리기 전에 콩대를 벱니다.

양이 많으면 도리깨로 털지만 우린 한 고랑만 심은 양이어서 뉘어놓고 막대기로 살살 두들깁니다.

쥐눈처럼 작고 까만 콩 요놈들이 바닥에 넓게 펴놓은 비닐 밖으로 튀어 나가기도 하고 또르르 굴러 나가기도 합니다.

나는 콩대 두들기는 남편 주위를 가끔 서성이다가 밖으로 나가는 콩을 바닥 비닐 안으로 넣어주지요.


다 털고 나서 콩은 바구니에 담고 껍질은 난로에 넣어 태웁니다.

콩에 아직 섞여있는 검불과 껍질은 몇 번의 키질로 날리지요.


심은 콩 한 알에 200개의 콩이 나온다고 해요.

콩이 말한다지요? '이렇게 도와줘도 못 사냐?'라고요.


이렇게 모은 쥐눈이콩은 겨우내 우리 집에서 콩나물로 변신을 해요.

옛날처럼 무거운 시루에 키우지 않아도 됩니다. 판매하는 플라스틱 시루가 있어서 편하지요. 물에 담가 하루 정도 불렸다가 구멍 난 판에 올려 뚜껑 씌우고 심심할 때 물 한 번씩 주면 콩나물로 잘 자랍니다.



옆 밭 아낙은 밭에 묻어놓은 동치미 세 번 퍼 나르면 봄이 온다고 하던데 우린 이렇게 열 번 정도 키워먹으면 봄이 옵니다.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키워 먹으면 봄이 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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