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나면, 여름이 온다

by 개울건너

나는 우리 먹거리를 만질 때가 가장 행복하다.

칠 년 전 봄, 이곳에 들어왔을 때 남편에게 농막 주위로 쑥을 심어야겠다고 말했다.

채소를 정갈히 키워내는 그는 쑥을 농막 주위에만 심어도 씨가 날아와 나중에 밭까지 쑥대밭 돼버린다고 반대했다.

고집이 쑥 뿌리 못지않게 센 나는 그와 다투지 않고도 내 의견을 관철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가 밭일에 몰두할 때 저 너머 소나무 숲으로 가서 쑥을 뿌리 채 뽑아왔다. 낮잠을 매일 자야 할 만큼 잠이 많고 게으른 나는 이럴 땐 몸이 빨랐다.

그가 농막 쪽으로 등을 보이고 일을 할 때마다 얼른 땅을 파고 쑥을 뿌리 채 집어넣어 흙을 덮고 꾹꾹 밟았다. 밭이 쑥대밭 되는 거야 나중 일이고.



이듬해 봄, 쑥들은 내 성의를 잘 안다는 듯 고생했다며 심은 곳에서 얼굴을 내밀곤 까르르 까르륵 웃고 있었다.

다음 해 봄에는 남편이 잔뜩 화가 났다. 심지 말라는 쑥은 심어 그예 밭까지 쑥대밭 만들어놨다고.

밭고랑 사이사이에서, 겨울을 견디고 나와서 키 자랑하고 있는 양파와 마늘대 주위에서, 쑥들이 고개를 내밀고 키득대고 있었다.

내 죄를 내가 알기에 남편의 말을 받아치지 않고 조용히 쑥만 뜯어 우리 사이까지 쑥대밭 되지 않게 넘겼다.




쑥을 심은 지 칠 년, 시간은 배짱을 부린다.

“낫질 잘하는 당신이 저 쑥 좀 다 베어주지” 말했다.


포기하면 마음이 오히려 푸짐해지나 보다.

농막 주위로 수북이 올라온 쑥을 그가 모조리 베어 바구니에 담아다 주었다.

나는 농막에서 쑥을 다듬었다.

오전에 다듬고, 점심을 먹고 또 다듬다가 졸려 낮잠을 잤다. 일어나 다시 다듬고, 저녁 먹고 또 다듬었다.



부침개부터 했다.


무리를 하려고 방앗간에 가 쌀가루를 샀다. 방앗간 사장님이 쌀가루를 내어주며 말했다. 쑥버무리 하기엔 지금이 적기라고.

잘 만들고 싶어 ‘쑥버무리 만드는 방법’ 유튜브로 찾아보았다.

멥쌀가루에 찬물 조금만 넣고 쥐었을 때 살짝 뭉칠 정도로 반죽해 쑥과 함께 버무려 찜기에 올렸다.

다섯 번이나 쪄냈다.


양이 많아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었다. 가끔 꺼내 식사대용으로 먹으면 좋을 것이다.

남은 쑥은 소금 넣고 살짝 데쳐 역시 냉동했다. 때때로 꺼내 된장 풀어 국을 끓일 생각이다.



다 베어낸 자리에서 쑥이 다시 올라오면 한 번 더 뜯을 요량이다.


그러고 나면, 여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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