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에게 들었습니다. 농구선수들은 손가락 하나가 부러진 뒤 오히려 슛이 더 잘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고요. 슛은 손끝 감각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손가락 하나가 망가지면 나머지 손가락의 감각이 더 또렷해지는 걸까요? 심지어 일부 선수는 일부러 손가락을 다치게 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신기하면서도 애잔했습니다.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는다는 게 이토록 노골적일 수 있구나 싶어서요.
설마 사람이란 ‘멀쩡할 때’는 대충 쓰고 ‘잃고 나서’야 집중하는 존재일까요?
눈이 안 보이면 귀가 예민해집니다. 눈으로 처리하던 일을 소리로 해야 하니까요. 길을 걸을 때도 발소리와 바람 소리로 방향을 가늠합니다. 사람이 지나갈 때 옷 스치는 소리로 거리를 짐작합니다. 생존이 걸리면 감각은 깨어납니다. 감각 하나를 잃으면 다른 감각은 매우 뛰어나게 살아납니다. 우리가 잃는 건 손가락이나 감각만이 아닙니다.
잃는 순간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관계도 그렇습니다. 늘 옆에 있던 사람이 멀어지면 그제야 내가 어떤 말로 상처 줬는지 보입니다.
돈도 그렇습니다. 통장이 얇아지면 그제야 내가 어디에 새고 있었는지 보입니다.
기회가 지나가고 나서야 “그때 왜 이렇게 행동했지?”가 보입니다. 잃어버린 뒤에야 세상이 선명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잃기 전에 이미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게 가장 어렵습니다. 인간은 대개 잃기 전엔 모르니까요.
그럼에도 한 번은 해보고 싶습니다. 오늘만큼은 ‘잃기 전에’ 알아차리는 연습을. 내가 지금 가진 것들 중 너무 익숙해서 함부로 대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데 아직 눈치도 못 챈 게 무엇인지 말이죠.
잃어버려야 얻는 게 있다면, 반대로 얻기 위해 일부러 잃어도 되는 게 있을 수 있죠?
욕심을 조금 잃고,
변명을 조금 잃고,
내가 옳다는 확신을 조금 잃어보려 합니다.
그러면 더 선명한 감각과 더 단단한 태도와 더 소중한 사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프지 않아도’ 성숙해지는 방법을 말입니다.
잃기 전엔 당연했고, 잃고 나서야 소중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소중함을 ‘미리’ 챙겨보려 합니다.
인생의 모든 성취는 '자기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내면 탐구 여행자, 돌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