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도 화창한 봄. A 씨는 경기도에 24평 아파트를 3억에 샀다. 이후 21년도 가을. 수확의 계절답게 6억까지 올랐다. 하지만, 폭등에 취해 두근대서 집을 팔지 못했다. 1주택자라 팔고 옮길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친구인 B 씨의 소식을 듣는다. B 씨는 23년에 산 집이 1년 새 2억 올랐다. A 씨는 갑자기 감성적으로 변했고 다급해진다. 본인도 친구처럼 갈아타기를 하고 싶어졌다. A 씨는 부동산에 방문했다. "6억까지 갔던 아파트이기에 최소 5억은 받겠다"라고 공인중개사에게 선포했다. 공인중개사는 "네"라고 말했지만, 내심 그의 요구가 과하다고 생각했다. 1주 뒤 슬픈 소식이 들려온다. 하필 같은 단지에서 급한 집주인이 4억에 팔았다는 것이다. 최고 로열동에 특특 올수리 된 정남향이었다. A 씨는 "부도 직전의 집주인이 급매로 팔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일 뒤 또 다른 집이 4억에 팔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하다.A 씨는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판단으로 시장을 곡해하고 있다.
A 씨는 눈을 낮춰서 4.5억에 아파트를 팔고 싶다. 하지만, "4억이면 팔겠다"라고 하는 매도자가 5명이나 대기 중이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의 가격은 얼마일까? 당연하다 4억 주변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
A 씨의 아파트 가격은 누가 결정했나? 스스로 결정했나? 아니면 이웃이 결정했나? 간단하다.
A 씨의 아파트 가격은 옆 집(이웃)이 결정했다. 안타깝게도 A 씨는 시장의 질서에 관심이 없다. 자신의 생각만으로 기우제를 지내는 형국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의 가격 질서다.
"논밭에 지은 행복시 감정동의 아파트가 8억이라고? 거품이야."
"3억 하던 아파트가 5억이라고? 일본처럼 폭망 할 거야"
라고 스스로 해석하면 안 된다.
8억이나 되는 이유는 시장에 나가보면 금방 안다. 가령 행복시 감정동보다 하급지인 희망시 이성동의 아파트가 7.5억에 거래된다든지 철도가 개통됐다든지 등의 이유 말이다. 돈은 대체로 이성적이다. 과열인 경우도 있지만, 돈은 시장의 아파트 시장의 서열에 맞게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옆 집'이 모이면 시장(Market)이 형성된다
가격이 결정되는 재밌는 실험을 소개한다. 바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버논 스미스(Vernon Smith)가 주도한 더블 옥션(Double Auction) 실험. 실험 참가자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2개 그룹이었다. 판매자는 자신이 원하는 최소 판매가를 제시했다. 반면, 구매자는 최대 구매가를 제시했다. 이들은 협상과정을 통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가격은 어떻게 결정 됐을까?
결과적으로 최종 가격은 수요-공급 곡선의 균형점에서 결정됐다. 판매자가 아무리 높은 가격을 원해도, 구매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 이상에서는 거래되지 않았다. 특정 판매자가 비합리적으로 높은 가격을 고집하면 거래에서 제외됐다. 시장의 가격 결정은 개별 판매자와 구매자의 희망 사항이 아니었다.
결국, 가격은 개인이 정할 수 없다. 가격은 시장이 정한다.
옆집이 여럿 모이면 시장이 형성된다.
감정적 판단은 자제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은 객관적인 사람이 잘한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순자산 100억이 넘는 부자 지인이 있다. 그는 시장의 가격 형성 원리에 대해 함부로 전망하지 않는다. 거품이라 판단이 되어도 속단하지 않고 주변인들과 상의한다. 나에게도 전화가 와서 이런 질문을 했다. "광복시 긍정동 래미안1차저평가 아닌가요? 돌변님이 보시기에 어때요?"
고수들은 이성적이다. 고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끊임없이 궁금해한다. 초보들은 대체로 주관적이고 감성적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는 관심이 없다. 본인의 가슴에서가격을 결정하고 거품여부를 판단한다.
옆 집에서 4억에 집을 판 것은 이유가 있다. 4억에 연달아서 계속 거래된다면 A 씨는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집 값은 옆 집이 결정한다. 옆 집이 모이면 시장(Market)이다.
전세살이 200년 감성노트 : 감성적으로 아파트 가격 기준을 정하지 마세요. 부동산은다른 사람(수요자) 생각이 궁금해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