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손님

by 감동의 날

지금 마사지를 막 끝낸 손님은 참 특이했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손님입니다.

마사지룸으로 들어와서 얼굴울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푸아! 하고 크게 웃을 뻔했습니다.

생긴 게 너무 웃겨서요. 나이는 한 60쯤 되는 백인 아저씨인데 인상이 꼭 외계인처럼 생겼어요.

머리는 벗어져서 하나도 없고 눈은 금붕어처럼 톡 튀어나와 얼굴이 영락없이 ET 할아버지였습니다.

내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하니 들릴 듯 말 듯 뭐라 중얼거렸습니다.

무슨 뜻인지 감을 못 잡고 있는데 목과 어깨를 좌우로 어렵게 움직이며 힘든 시늉을 했습니다.

짐작으로 목과 어깨가 뻐근하냐고 물으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는 오늘 마사지 90분 받으면 한결 좋아질 거라고 하며 옷을 벗고 엎드리라고 했습니다.

우주복처럼 생긴 재킷과 흰 셔츠를 벗었습니다.

나는 화들짝 놀랐습니다.

벗어젖힌 상체를 보니 유인원처럼 온통 털북숭이였습니다.

나는 어! 이 손님 마사지 오일 좀 들어가겠네! 하며 어깻죽지 부근 견정이라는

혈자리를 엄지손가락으로 꾹 짚으니 "아으으" 하는 신음인지 탄식인지 모르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손님! 엄살도 좀 심하고! 하며

그냥 내 스타일대로 순서에 맞춰 마사지를 해나갔습니다.

경락을 따라가며 손으로 혈자리를 짚을때마다 으아아…후으으…를 반복해 가며 마사지하는

90분내내 신음소리를 내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수 천 번 마사지를 했지만 이렇게 마사지받는

내내 쉬지 않고 신음소리 감탄소리인지를 내는 손님은 처음이었습니다.

양 손가락도 외계인처럼 가늘고 길었습니다. 나는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손과 팔부분 마사지를 끝내고 발마사지를 하려고 발을 손으로 잡는 순간 나는 자지러지게

놀라 하마트면 뒤로 자빠질 뻔했습니다. 글쎄 양쪽 다 발가락이 네 개 밖에 없었습니다.

발가락이 네 개면 발이기형적으로 생겨야 될 텐데 정상인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나는 잠시 착각에 빠졌던 거 같아요. 야! 정말 진짜 외계인 아니야. 외계인들은 손가락 발가락

개수가 네 개라고 하던데... 하며, 나는 지금 비행접시 안에서 외계인 마사지를 한다는 다소

몽상적인 상상을 하며 90분 내내 비행접시를 타고 무한한 우주 공간을 쉼 없이 날았나 봅니다.

이윽고 마사지가 끝나고 그 손님이 나가면서 악수를 청하며 판타지틱! 연발했습니다.

"환상적"이다는 얘기지요. 이름을 묻고는 2주 후에 또 오겠다고 하며 두툼한 팁 봉투를 주었습니다. 봉투를 열어 팁 액수를 확인한 순간 야! 저 양반 진짜 외계인 맞네!라고 나는 탄성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팁이 5불짜리로 자그마치 30개 도합 150불, 큰 돈입니다.

내가 마사지를 시작한 지 10년이 거의 다 됐지만 지금까지 받은 팁 중에서 제일 많은 액수입니다. 팁도 그 액수를 5불짜리로만 준 것도 이해하기 힘든 괴이한 행동입니다.

외계인들이 5$짜리 지폐만 사용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는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외계인이 사는 행성으로 돌아가 소문을 내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내 마사지 실력이 지구를 넘어 외계까지 소문이 나면 분명히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텐데,

그럼 명색이 지구행성 마사지 대표인데 도대체 연봉을 얼마나 불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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