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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Aug 04. 2024

지금 나는 어디 있는가?

8월은 오르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했는데

Here and Now! 정신의학에서 내담자의 과거를 분석하는 것은 현재를 치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단어의 뜻만 보면 ‘지금 당장에’라고 해석한다. 여기 지금과 지금 여기, 어순만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 어감이 살짝 달라 보이기도 한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말은 재미있다. 어디라고 말하면 보통 장소를 말하지만, 시간을 말할 때도 쓰인다. 어느 때와 살짝 혼동되어 쓰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의 물음은 시간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 중에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과거로부터 나를 분석하고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미래가 지금보다는 더 낫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인이 오세영 시인의 ‘8월의 시’를 보내 주었다.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 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길이다. (후략) 

    

재미있는 표현이다. 어느 시인은 구상하는 시에 적당한 단어를 찾기 위하여 국어사전이 너덜너덜해지도록 뒤진다고 하였다. 오세영 시인은, 지금 쉽게 보는 저 글귀를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뇌하면서 고쳐쓰기를 반복했을까. 짧은 시를 가슴으로 보지 못하고 눈으로만 보고 지나가는 자신을 늘 반성하게 된다.

     

100세 시대를 계절로만 본다면, 나는 지금 8월을 지나고 있거나 이미 지난 나이를 살고 있다. 이제는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면서 길을 가야 하는 시기이다.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 중에서 어느 시점에 있는가. 샤하르 교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의 강의에서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지나버린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를 상상하고 오늘을 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 가운데 오늘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의 불행 위에 만들어진 미래의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   

  

인생의 여정을 두고 볼 때, 나는 오르막길을 걷고 있는가 아니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가. 이미 정점을 넘어 내려가고 있음에도 느끼지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산행의 시간은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가 훨씬 짧다. 지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것은 이미 내리막길을 한창 걷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시간상으로 어디에 있고, 인생 여정의 장소로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무더운 날씨에 몸이 지치기 쉬운 계절이지만 정신은 지치지 말자고 스스로 격려해 본다. 8월은 단풍과 결실의 가을을 기대하면서, 그래도 돌아온 시간과 길을 돌아보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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