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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Aug 18. 2024

이순(耳順)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단지 세월 가는 것으로는 안 되고 노력이 필요하다.

이순(耳順)은 귀가 순해진다는 뜻으로, 나이 60세의 비유적인 표현이다.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이로는 분명 60세를 넘었는데 아직 귀가 순해지지는 않았다. 공자님의 경지를 새삼 올려보게 되고,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여전히 노력해야 할 것이 많음을 깨닫게 된다.     

직장에서 역량 강화를 위해 민간 등록 자격증 온라인과정을 무료로 수강할 기회를 준다.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혹시라도 나중에 사용되기를 기대하며 몇 과목을 수강하였다. 최근에 수강한 과목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독서지도사’ 과정이다. 쉽게 보고 접근하였는데, 전혀 만만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을 지도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지만, 초등학생들을 위한 정식 수업 외의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어렵다. 60세가 넘어서 이제는 배경지식이 제법 된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학문의 세계는 넓고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정진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이순(耳順)은 학자에 따라 "소리가 귀로 들어와 마음과 통하기 때문에 거슬리는 바가 없고, 아는 것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어지는 것", 또는 "말을 들으면 그 미묘한 점까지 모두 알게 된다."라거나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한다."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고 한다. <출처 : 백과사전>     

해석이 분분해도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이해한다는 점만은 공통적인데, 강의를 들으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워, 백과사전을 찾아보며 배경지식을 늘려간다. 다행인 점은 온라인 강의는 중간에 멈출 수 있고, 사전도 몇 글자 입력만 하면 바로 원하는 답을 알려주는 기능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공부하기 좋은 환경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시대에 감사한다.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하여 바로 강의에 나설 수는 없다. 만일 강의하고 싶다면 강의할 곳을 찾아야 하고, 강의에 필요한 교안 준비가 우선이다. 사실 이 강의를 신청한 이유는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아이템으로 적당할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수강한 내용이 강의할 대상과 다르니 거의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강의 대상에 대한 확장이 필요하다.     

독서지도사가 이렇듯 실제 적용은 어렵다는 것을 또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배경지식이 없이 강의하는 것이 어려운 과목이다. 모든 부분에 해박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먼저 읽어보고, 연구하고, 토론할 것을 준비해야 한다. 알아가는 기쁨에 조금 빠져보고, 적은 노력이나마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또 감사한다.     

새로 생겨나는 학문도 많아서, 요즘 세상에서는 누구라도 60세라고 하여 새로운 학문에 대해 귀가 순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새로운 분야에 대하여 귀를 닫는다면 같이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 이미 저술된 지식과 새로운 학문에 귀가 순해지도록 다방면에 더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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