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리듬의 차이를 인정하자.
지난주에 개가식 서가에서 고른 책이 ‘나구모 요시노리’의 <하루가 달라지는 오후의 집중력>이라는 책이다. 의사인 작가가 쓴 책의 내용은 평소 관심 있던 분야를 다룬 내용이 많아 흥미로왔다. 잠과 물, 그리고 커피 등에 대한 내용은 그동안 알고 있던 상식과 다른 부분이 많아 당혹스럽기도 하다.
가장 특이하게 다가온 부분은 프롤로그에서부터 강조하고 있는 작가의 일상 일과이다. 작가는 하루에 6시간을 자고, 6시간 정도는 온전히 집중하여 집필활동 등 개인적인 일을 하고 나머지는 의사로서, 강연자로서 열심히 사는 일상이었다. 그중에 자는 시간은 밤 아홉 시에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새벽 세시까지로, 극단적인(내가 보기에) 아침형 인간이다.
어렸을 때 자주 듣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새 어린이 상의 대표라고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분이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건강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탄수화물을 줄이는 식단과 더불어 아침형 인간 패턴의 영향이라 여겨진다.
나도 규칙적인 생활을 지지한다. 40여 년의 직장생활이 준 습관이기도 하고, 이제는 늦게까지 자는 것은 시간을 너무 낭비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젊었을 때는(당시는 주 5일제가 아니었다.) 일요일은 늦잠 자고 오후에 낮잠까지 자기도 했었다.
아들의 생활리듬은 소위 말하는 ‘올빼미형’이다. 그래서 앞에서 말했듯이 평일에는 얼굴도 못 보고 휴일을 맞기도 한다. 오늘은 토요일이어서 우리 부부는 평일보다는 느린 아침식사를 마치고 재래시장을 들러서 찬거리를 사고 왔는데, 아들은 그 때야 일어났다.
아들은 학창 시절과 군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일찍 일어나는 것은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성적 때문에 부모에게 걱정 끼치지 않았으니 다행이고, 군 복무도 무사히 마쳤으니 크게 극단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생활리듬으로 인하여 20대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내와 내가 번갈아가며 잔소리를 했었지만 이제는 포기하고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 그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기 생활은 자기가 관리하고 있으니 더 이상 관여하지 말자고 암묵적으로 합의한 결과이다.
아침 출근길에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역에서 뛰어다니는 젊은이들을 보게 된다. 특히 지하철에서 모니터의 진행사항을 확인하고는 급하게 뛰는 모습을 보게 되면, 문명의 이기가 사람들을 더 바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뛰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고 싶어서일 것이다. 나는 뛰지 않기 위해서 충분한 여유시간을 가지고 집을 나선다. 항상 30분 이상의 여유가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이런 생활을 수 십 년간 해왔다. 시간에 대한 생각의 차이라고 여긴다.
지하철과 만원 버스에서 화장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좋은 면으로만 본다면 시간을 정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가끔 온라인에서 논란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생각의 차이는 인정해 주어야 할 것 같다.
늦게까지 책을 보거나 일을 하다 보면 어차피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이 되는 것은 새벽시간에 일어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개인의 취향은 인정하지만 앞서 언급한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보면서, 올빼미형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게 되었다.
아내의 극심한 반대로 아들이 야식을 못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인데,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먹는 것도 시간과 양에서 불규칙적이다. 조리된 음식보다는 패스트푸드에 먼저 손이 가는 것도 건강에는 좋은 것이 아니다.
휴일 아침에 모처럼 여유 있게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싶은 것은 부모의 마음이고, 밥보다는 잠을 선택하는 것이 아들의 생활이다. 한 집에 살면서 조화를 이루기 어렵지만, 지금은 불안한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이제는 이런 일로 더 이상 논쟁을 서로가 피하다 보니 겨우 도달한 합일점이다.
그래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시합 시간이 아침에 잡히면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선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생활리듬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좋아하는 일과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위해서는 잠은 후순위가 되는 것이다.
장성한 자식들에게 하지 않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자녀들의 일에 너무 관여하지 말라.’이다. 이 말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제는 같이 살면서 부모들의 생활리듬에 맞추라고 강요하지 않을 생각이다. 시간 관리는 어차피 자신이 하는 것인데, 장성한 아들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아들의 생활리듬을 인정하면서부터 집안의 작은 불화 하나가 없어졌다. 아들도 결혼하고 제 생활을 찾아 분가하게 되면, 이 시간들이 어쩌면 되새김의 재료가 될 것이다. 긍정적으로 그리운 추억은 아니겠지만.
작은 희망이라면 집은 외부 활동을 소화하고 쉬는 공간이니 자유롭게 생활하더라도, 직장 등 바깥 활동에서는 원만한 태도로 조직생활에 조화 있게 살아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는 모두 받아 주지만,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을 때는 서로 양보하면서 맞춰서 살아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