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호하던 음식이 무엇이었더라?
나와 아내는 남쪽 항구도시 동향 출신이다. 나고 자란 고장이 같으니, 집안에 따라 손맛은 다르겠지만 큰 틀에서 좋아하는 음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육류보다는 어류를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아내가 만든 음식들은 모두 내 입맛에도 잘 맞는다.
직업의 특성에 따라 결혼 후 강원도에서 시작하여 서울, 경기도, 충청도 등지를 돌아다녔지만 밥상의 음식은 크게 변화가 없이 비슷했던 것 같다. 외식을 할 때만 그 고장의 독특한 음식을 먹어보기도 했다.
강원도 인제에서는 닭갈비를 처음 먹어 보았다. 조리법이 고향에서 먹던 것과 상당히 다르지만 입맛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 후 동두천과 양평, 그리고 서울에서도 즐겨하는 음식이 되었고, 약간씩의 차이점들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모두 만족스러웠다.
아들의 입맛은 여기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다양한 고장의 독특한 조리법을 인정하고 즐긴다기보다는 어렸을 때 맛 본 양평의 어느 음식점에서 개발한 조리법을 가장 선호하고, 항상 기준을 거기에 두고 그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집은 거의 마지막이 된다.
입맛은 부모를 따라온다고 하는데 모두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와 아내는 생선 요리는 어떤 방식으로 요리하였는지 여부를 가리지 않는데, 아들은 구운 생선만 좋아하고 국물에 있는 생선은 마지못해 먹는 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보양음식 중의 하나로 여겨지는 장어에서도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여름철이 지나면서 부지런한 처남께서 새벽 어시장에서 좋은 장어를 구해 보내 주시곤 한다. 나와 아내가 좋아하는 요리는 장어국(탕)이다. (고향 동네에서는 국으로 불렀는데 탕으로 더 널리 불리는 것 같다.)
아들은 장어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겨우 물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를 왜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도록 다시 물에 빠뜨리느냐고 항변한다. 아내는 탕에 들어가는 채소류가 많아서 몸에 더 좋고, 굽기 위한 노력과 집에 진동하는 냄새를 싫어한다. 그래서 서로의 기호를 고려하여 구이와 탕을 번갈아 가며 먹을 수밖에 없다.(행복한 투정이다.)
장인어른께서는 외식에 대하여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음식에는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데 음식점에서는 손님 끌기 위하여 맛을 왜곡시키고, 그것이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강하신 분이셨다. 또 여자들이 집안에서 하는 기본이 음식이라는 생각도 한몫했다.
그래서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결혼하여 분가한 아내조차도 외식에 대하여 탐탁하지 않게 여겨서 그 빈도가 드물었다. 그런데 아들들이 크고, 외부의 시선에도 거칠 것이 없어지니 외식이나 배달음식의 빈도가 늘어났다. 이 동네에 자리 잡고 10년이 넘어가니 근처에 모르는 음식점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아들은 패스트푸드 배달음식을 매우 선호한다. 튀긴 통닭을 특히 좋아하고 햄버거나 피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가고시를 준비한다고 잠시 독립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절약한다고 먹기 시작한 패스트푸드가 이제는 선호도의 상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서 쓸 때는 한계가 있으니 빈도가 높지 않았으나, 직장을 가지고 스스로 경제력을 가지게 되니 상황이 달라졌다. 휴일에 저녁을 준비하려는 아내에게 메뉴를 물어보고 입맛에 당기지 않으면 배달음식을 제안한다. 음식 준비하는 수고를 덜어준다는 미명 하에.
핸드폰으로 검색하고 자동으로 주문이 가능해진 요즈음, TV에서 접하게 되는 치킨 중에 배달이 가능한 종류는 모두 먹어 보았다. 피자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내 입이 호강하는 날이 아주 많아졌다. 그나마 아내의 고집으로 맥주를 곁들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기는 하다.
주문하게 되는 핑계도 다양하다. TV 등의 매체에서 새로운 메뉴를 소개하거나 진행하는 드라마 등의 프로그램에서 먹는 장면이 나오면 보통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그런데 항상 주문하기 전에 방패막이 삼아 내 의견을 물어본다. 아주 효자가 따로 없다.
엄마는 배달음식을 거부하거나, 패스트푸드에 대하여 경계해야 한다고 야단을 맞을 것이 분명하니 아빠를 끼워서 핑곗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음식에 대하여 가리지 않고, 싫어하는 것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반대하는 경우가 드물다. 겨우 타협점을 찾아서 그나마 좋은 기름을 쓴다는 브랜드나 튀긴 것보다는 구운 것을 선택하자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밀레니얼 세대 아들은 잘도 찾아낸다. 손에서 스마트폰이 떠나지를 않으니 한편으로는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이런 점에서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 배달음식은 중국음식 외에는 생각해 보지 못한 세대에게는 요즈음의 배달문화가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들의 독립을 바라면서도 걱정되는 점 중의 하나가 이런 식성에 관한 것이다. 아침을 거르는 것을 대수롭지 생각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의 특성에서 벗어나지 않고, 패스트푸드를 즐기니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을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이다.
그래도 아내와 이야기할 때는 걱정을 내려놓자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방만한 것 같아도 나름대로 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제 길을 알아서 잘 갈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단지 어서 독립해 주기를 고대할 뿐이다.
아빠의 생일에는 먼저 부모의 식성을 생각하여 음식점을 검색하고 정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 하고 있는 걱정이 부질없다고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자식들은 부모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성장해 있고, 제 앞길은 기대보다 더 잘 헤쳐나갈 것이다.
식성에서도 차이를 인정해 주고 지켜보아야겠다. 패스트푸드도 잠깐의 선호이고 제 건강을 위해 무엇이 좋은지는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