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묻히면 마음이 풍족해진다.

행동으로 연결되는 독서가 되기를 바란다.

by 여문 글지기

집 앞에 보이지 않던 작은 택배상자가 보이면 거의 아들이 주문한 책이다. 요즈음은 온라인 주문이 일상화되어서 서점까지 일부러 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게 되었다. 전자책도 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는데 아직은 종이책을 고집하고 있다.


서점에 가면 그 특유한 공간에 감동을 받는다. 얼마 전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온라인 서점이 성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교보문고에는 손님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방문한 때문인지 눈에 익지 않은 광경도 있었고, 이런 것도 서점에서 팔고 있구나 하면서 놀란 것도 있었다.


우선 지하철역에서 연결되는 문을 들어서니 주변은 스마트폰과 연계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여기가 서점이 맞나 하고 돌아볼 정도였고, 사당역 서점에서 경험이 있으면서도 약간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안쪽의 카페도 어쩌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고,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하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낯설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아들의 취미 활동 중의 하나가 독서다. 학생들에게는 독서가 생활이기에 취미가 될 수 없지만 직장인에게는 취미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올빼미 족이 된 원인 중의 하나가 독서이기만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새로운 것이 구미가 당기면 연계된 책부터 사 모으고, 한동안 집중하고 빠져 있는 것 같다.


직장인 야구를 시작하고는 야구 관련한 서적들을 사고, 어느 날은 드로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는지 관련 책들이 늘어났다. 얼마 전에는 MBA 관련 책들을 열심히 보고 있어서 대학원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학원 과정은 회사의 지원 대상에 선발되지 못하여 다음 기회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아들의 독서 습관 중 특이한 점은 책을 깨끗이 본다는 것이다. 언제 보아도 새 책으로 느껴질 만큼 책을 접거나 내용 중에 밑줄이나 메모 등이 없이 아주 깨끗하게 본다. 내가 가끔 책을 빌려 볼 때면, 책등이 접혔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특이한 독서습관이다.


요즈음 독서 관련하여 강의를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공통적으로 권하는 방법이 책을 깨끗이 보지 말라는 것이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한 권의 책을 수 십 번까지 읽은 사람도 있고, 1년에 수 십, 수 백 권을 읽고 변화된 삶에 대하여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공통된 것 중의 하나는 밑줄과 여백에 메모하는 독서법이다.


밑줄치고 메모를 하면서 책을 읽게 되면, 다시 읽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강조할 수 있으므로 좋은 점도 많은 것 같다. 특히 독서를 하고 나서 생활에 접목하여 활용하기 위해서 내 것으로 만들기에 좋다. 밑줄 긋고 메모한 독서법의 마지막 단계는 자기만의 독서노트에 옮겨 적는 것인데, 아들은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독서노트에 적는다.


책을 깨끗하게 보는 것도 장점은 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을 경우 감흥은 매번 다를 수밖에 없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바로 다시 읽기 시작하는 경우와 한참 후에 다시 읽는 경우가 모두 같을 수 없다. 그런데 아무 표시가 없을 경우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다시 접한다는 것은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 읽을 때는 감명 깊은 부분이었다 하더라도 책 읽기를 마치고 다시 돌아보았을 때에는 생각이 달라졌을 수 있다. 그런데 밑줄이 있다면 강조되어 그 부분에만 머물게 되고, 다른 부분은 놓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다시 읽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어보고 내가 놓친 부분은 없는지, 다른 의견은 무엇인지 등을 찾아본다면 간접적인 독서토론회의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독서법에는 정답은 없다. 다만 책을 읽고 나서 생활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독서의 목적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지만, 도움 되지 않는 독서는 없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모두 흘러내린 것 같아도 콩나물은 자라듯이 독서를 하면 가시적으로 바로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 긍정적인 변화는 있다. 그래서 아들의 독서 취미를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남들만큼 또는 남들보다 더 해 준 것은 책을 사 준 것밖에 없다. 부지런한 아내 덕분에 아이들은 자라면서 주위에 새로운 책이 떨어진 적이 없다. 열심히 공부하라고 채근하는 것보다 책을 안겨 준 것이 더 큰 격려가 되었던 것 같다.


직업 특성상 이사를 자주 하게 되었는데, 가장 큰 짐 중의 하나는 책이었다. 이삿짐 나르는 분들이 침대나 피아노 같은 큰 짐이 없어 안심했다가 책장의 책을 담고,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혀를 내두르곤 했었다. 그래도 책을 버리지는 않았고 소용이 닿는 후배들에게 물려준 책들은 많다.


아들은 책 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 작은 아들도 직장 따라 독립을 하였지만, 학창 시절의 책들 중에 일부는 모두 가져와서 책장 한 곳에 정리하였다. 가끔씩 그 책들을 보면서 아들생각을 하지만 자꾸 늘어나는 책을 감당하기에 공간이 부족하다. 책장을 청소하면서 듣게 되는 아내의 불평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아내는 줄이자고 하지만 이웃과 교류가 적은 서울에서 물려줄 사람도 마땅치 않아서 그저 안고 산다. 아들은 눕는 곳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간에 책을 쌓아두고 싶다고 한다. 언제 어떤 자세에서든지 책을 잡아서 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겠다고 한다. 독립하면 마음껏 하라고 만류 중이다.


옛 선비들의 생활이 궁금하다. 실생활에 쓰지도 못하고, 벼슬길에 가기에도 늦은 시기 또는 벼슬길에서 내려온 이후에 하는 독서는 무슨 의미였을까? 지금은 독서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조금은 알게 되었고 작은 글이나마 쓰면서 저자들의 마음도 생각하지만 늘 궁금하다.


책장의 책 중에는 성적을 위한 교재도 있고, 장정된 고전도 있다. 지금은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서적을 우선 읽는 중이고 아들에게도 권하지만, 언젠가는 독서자체의 즐거움을 위해서 그 책들과 친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