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정돈이 없이 마음이 정리된다니 부럽다.
아들이 대학 생활 중에 휴학을 하고 회계사 시험 준비를 하겠다고 하여, 공부에만 전념하겠다면서 집을 떠나 고시원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다. 아내와 함께 가끔씩 찾아가서 같이 식사를 하거나, 생활도구 및 계절에 맞는 옷과 이부자리 등을 바꾸어 주기도 했었다.
종로에 있는 고시원은 좁았다. 책상과 침대로 방은 가득하고 화장실이 구석에 별도로 있는 공간 구성이었다. 식당은 별도로 있었지만 별로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수납공간이 가구배치의 남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이 앞서는 공간이었다.
처음 방문할 때는 아내도 같이 그 방을 보았는데, 두 번째 방문부터는 나만 물건을 전달해주기 위하여 방으로 들어가고 아내는 밖에서 기다린다. 그 방을 보고는 도저히 아무 말하지 않고 나올 수가 없다고 하였다. 부모님이 방문한다고 하여 제 나름대로는 정리하였다고 하는데 아무리 좋게 보아도 정리된 상태는 절대 아니었다.(우리 부부의 기준으로는)
둘째 아들도 마찬가지다. 미혼이어서 독신자 숙소를 쓰고 있다. 이사를 할 때 같이 가서 본 광경은 그래도 많지 않은 짐들이 제 자리에 있는 것 같았는데, 다시 찾아가서 보았던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내는 거기도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안 보면 마찰을 일으킬 소지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 방을 볼 수 없으니 믿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제가 가장 잘 정리하고 산다고 한다. 정리된 모습은 퇴근하고 나서 다음 날 출근할 때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준비가 되도록 펼쳐진 모습이다. 나도 결혼 전에는 당연히 혼자서 살았지만 이렇게 하고 살지는 않았었는데, 참 세대의 차이가 여기에도 있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방의 용도가 여러 가지이고, 아무리 자기 혼자만의 공간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생각하여 정리를 하라고 하여도 막무가내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정리된 것이라고 한다. 물건들이 사용하기 좋은 곳에 있으면 되지, 꼭 수납장 안에 들어가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요즘 젊은 세대인 아들들의 말을 어떻게 이길 수 있는가! 이제는 바라볼 뿐 더 이상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결혼 후에는 다툼 없이 잘 지내기를 바랄 뿐이다.
혼자 사는 동안에는 안 보면 그만이었는데, 같이 살면서는 매일 보아야 한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논에 보이는 것을 항상 모른 체할 수는 없다. 가끔씩 아들과 아내가 말다툼을 한다. 그래도 집안에 질서는 있어야 한다.
지금은 어느 정도 엄마의 질서에 순응하는 부분이 많다. 최소한 옷을 함부로 벗어 두지는 않고 옷걸이에 걸어두고 빨랫감은 세탁기 옆에 모아 둔다. 때로는 엄마를 도와서 세탁기가 작동을 멈추면 세탁물을 꺼내고, 건조기에 넣고 가동하는 것도 곧잘 한다. 건조기에서 마른 옷을 꺼내 잠시 실내 옷걸이에 잘 정리한다. 이렇게 잘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안 한 것이 분명하다.
생각해 보니 정리를 잘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책 정리는 잘한다. 어렸을 때 보고는 먼지만 안고 있는 책을 버리겠다고 했더니, 정리하여 벽장에 넣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새로 이사할 집을 고를 때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이 책들을 정리할 공간이다.
두 번째 정리 잘하는 물건은 취미생활 관련한 물건들로써, 특히 지금은 직장인 야구를 위하여 구입하거나 동호회로부터 받은 물건들이다. 제한된 공간이어서 사용하기 편하도록 마음껏 펼쳐 놓을 수는 없지만 쓰임새에 따라 제법 잘 정리해 놓은 것 같다.
책상은 정리하고 사용한다고 하지만 엄마와 관점의 차이가 가장 큰 부분이다. 쓰기 편하도록 구성하고 있는데, 정리하고 말하기에는 미흡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은 나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연결해서 일하기 좋도록 책상을 최소한으로만 정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은 비슷한 취향인 것 같다.
아들이 없는 시간에 아내와 함께 집안 청소를 할 때면 아들 방도 함께 치우게 된다. 다른 것은 치우고 정리하더라도 책상 위는 이제 건드리지 않는다. 정리에 대한 개성을 인정하고, 아들 마음이 편하다는 데 동의하기로 한다. 그래도 제 방은 스스로 정리하고, 깨끗하다고 여길지라도 정기적으로 청소는 했으면 좋겠다.
부모님들도 나를 키우실 때 이런 생각을 하셨겠지 하면서 슬며시 웃음 지어 본다. 이렇게 세월 가고 나이 들어가는 것인가.
요즈음은 정리정돈과 수납에 대한 자격증도 있는 시대이다. 정리정돈에 소위 ‘진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 분야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업으로 연결하여 일하는 것 같다.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공간에서 야무진 손 맵시를 보여주는 장면을 보면 대단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리정돈이 직업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이 분야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게으름으로 인하여 집안의 정리정돈에 비용을 지급하고 남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겠지만, 외부 일에 집중하기 때문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소요는 예고 없이 방문하는 어른들 때문이라고도 한다.
아들들이 미혼이지만 아내와 둘이 대화하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의견일치를 본 것이 예고 없이 아들집을 방문하는 것이다. 이제는 아들집이 아니고, 며느리가 살림하는 집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히 초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아들과 벽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사생활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옛 생활의 풍습들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더라도 때로는 젊은 사람들의 합리적인 사고에는 동조하고 같이 가는 것이 서로의 행복과 정신건강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