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로 휴가 즐기는 MZ세대 아들

휴식의 본 의미에만 충실하다.

by 여문 글지기

놀아 본 사람이 잘 논다.’라는 말이 있다. 쉬어 본 사람이 제대로 계획하여 쉴 줄 알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나는 하루하루를 반복되는 일에 파묻혀 살다 보니, 큰 성과를 낸 것도 없는데 제대로 쉬거나, 놀아본 기억이 없다.


참 아쉽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아내는 남편의 박봉을 감내하고 오지를 떠돌며 젊은 시절을 모두 보냈다. 오직 매달릴 것이라고는 자식 교육 밖에 없었다. 부모들 세대와는 분명 다르게 살게 될 것을 희망했었지만, 결국 별다른 것 없이 육십을 넘기고 있다.


아들 세대는 다르다. 아들은 연차를 모으고, 일과를 조정하여 자기 시간을 마련하고 당당하게 휴가를 떠난다. 물론 실행하기 위하여 오랜 시간을 계획하고 준비했겠지만 막상 떠나는 아들의 모습이 처음에는 낯선 광경으로 다가왔었다.


부모와 거주하고 있으니 나름의 휴가계획에 의하여 떠나는 것이 당연한데도, 휴가를 대하는 세대 간의 의식 차이는 상당히 크다. 본인이 떠남으로 하여 부담이 줄어드니, 부모님에게도 나름 여유를 준다고 큰소리도 친다.


나의 휴가는? 설날과 추석의 명절이 3일 연휴로 늘어나서, 수년 만에 여유가 생겨났고 다행히 근무지도 비교적 고향에 가까운 때문도 있지만, 선택한 곳은 당연히 부모님 계신 곳이었다. 다른 곳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고, 자주 뵙지 못하는 부모님을 뵈러 가는 것이 당연한 휴가였다.


그것도 평일은 포함하지도 않아서 눈치 볼 것도 없었는데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평일에 휴가를 갈 수 없다고 명시되거나, 통제된 것도 없었는데 그때의 나는 왜 온전한 가족만의 시간이나 휴식을 생각하고 결행하지 못했을까?


물론 지금도 명절이면 귀성 인파가 넘쳐나고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국내의 휴가지나 해외로 나가는 행렬도 만만치 않다. 그중에는 연로하신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행렬도 적지 않아서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처음 아들이 혼자 휴가를 간다고 했을 때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인이 제주도에 살고 있어서 다녀왔는데, 정말 초대를 한 것인지 아니면 의례적인 인사였는데 눈치 없이 가는 것은 아닌지, 부서의 일에 지장은 없는지 염려되었었다. 다행히 겉으로 드러나는 후유증은 없었다.


아들의 휴가는 다양하다. 혼자서 외국을 다녀오고, 친구와 호주 여행도 했다. 경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서, 경진대회 우승 상품으로 중국을,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일본으로 다녀오더니 외국 여행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해외는 제주도가 전부인 세대와는 차이가 많다.


어느 해에는 대만 여행에 대하여 듣고 오더니, 열심히 검색하고 준비하여 혼자서 며칠을 보내고 왔다. 고등학교 재학 중 제2외국어로 배운 것이 전부인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언어문제를 해결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정한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잘 보내고 왔다. 오는 길에 금문고량주라는 술을 사 와서 반주로 마실 때마다 목이 환해지는 느낌을 가져보았다.


혼자 다녀와서 좋다고 자랑하더니, 나중에 부모님 모시고 가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그 약속은 기약 없이 미루어지고 있다. 가고 싶음 것은 사실이지만, 지켜지지 않기를 더 바란다. 이제는 부모님 모시고 여행 다닐 나이가 아니지 않은가.


코로나 19로 인하여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니 휴가의 방법을 바꾸었다. 휴가지를 호텔로 바꾼 것이다. 여름철 다들 산과 바닷가를 찾아서 떠날 때, 서울 시내의 호텔에서 여유 있게 즐기는 휴가를 ‘호캉스’라고 한다더니 계절과는 상관없이 호텔을 예약하고 휴가를 즐기는 것이다.


처음에는 집에서 휴식 여건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아닌데 가까운 곳에 호텔을 잡고 혼자서 휴가를 보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은근히 소개하지 않은 여자 친구와 함께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기대하기도 했지만 그냥 혼자였다. 무슨 재미로 가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느 책에서 미국의 사업가가 자기만의 온전한 시간을 가지기 위하여 호텔에서 휴대폰까지도 멀리하고 사색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을 읽었다. 사업가에게 필요한 재충전의 시간이고, 다음 행보를 위한 목표를 명확히 하는데 아주 유용한 방법이라고 했다. 답은 책이 주었다.


가까운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고, 특산물 코너에서 자잘한 물건들을 사 온 것을 보고는 어이없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아들은 아들에게 맞는 사생활이 있고, 만족스러운 휴가를 보낼 권리가 있고, 나도 신 세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된다.


나의 젊은 시절이 마냥 보람된 것이 아니었기에 조언은 어려워도 청춘의 아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다. 아들에게 부모를 위해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바꾸라거나, 늦추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역지사지는 강요해서 될 것이 아니다.


이번 설 명절에는 아들이 계획하고 비용을 지불하여 고향의 양가 부모님들을 뵙고 오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퇴직하고 시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시기이니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다음을 기약할 수는 없지만 더 나은 시간들에 대해 기대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작은 희망이 있다면, 물론 잘하고 있겠지만, 계획에 의한 건강한 휴가를 보내기를 바란다. 풍족한 휴가를 위하여 너무 절약하거나, 무계획적인 휴가를 보내고 나서 후유증에 시달리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계속!


아들 덕분에 달라진 것도 있다. 이제는 아내와의 시간을 좀 더 늘릴 계획을 가지게 되었다. 가까운 곳의 외유와 좋다고 알려진 곳의 여행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실행하고자 한다. 그것이 자식들에게 걱정을 덜어주는 일일 것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지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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