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수당 청구부터 종합소득세 신고까지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 말은 소멸시효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데 종종 이용된다. 즉 어떤 권리의 소멸을 인정하는 제도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정해진 기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법적 질서의 유지 및 사회질서의 안정, 증거보전의 곤란구제, 과태벌적 제재 및 권리행사의 촉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퇴직하고 나서 이 말이 나에게도 소용이 된다는 것 알게 되었다. 회사에 속해 있을 때에는 회사 시스템에 의하여 설령 내가 모르더라도 손해 볼 일이 없었는데, 퇴직 후에는 모두 내가 해야만 했다.
퇴직하면 일정기간 실업수당을 받는다.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수당이다. 기본적으로 실업수당은 자진해서 일을 그만 둔 사람들에게는 혜택이 없다. 회사의 부도나 계약 종료, 해고 등 비자발적인 실업자에게 일을 찾을 때까지 나라에서 생계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수당은 퇴직하였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에 신고하여야 한다. 신고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받을 수 없다. 따라서 퇴직처리 여부를 퇴직 전 회사의 인사 담당부서에 획인하고, 고용센터에 실업사실을 신고하여 자의에 의한 퇴직이 아닌 것을 확인받아야 한다. 자기 권리는 자기가 찾아야 하는 것이다.
수당을 받는 동안 지역의 지역고용센터를 방문하거나, 이메일 등을 통하여 구직활동 중임을 소명해야 한다. 구직 월차 마다 소명자료의 제출 건수는 달라진다. 물론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의 절반 이하인 시점에서 재취업이 되고, 1년 이상 근무한 결과를 제출하면 남은 실업급여 수령액의 절반에 해당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이것도 물론 취업 사실과 1년 이상 근무한 사실을 신고하여야 가능하다. 모르거나,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되는 제도이다.
가급적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미리 회원 가입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상세하게 안대된 자료를 미리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퇴직 처리여부 등을 확인하면, 10일 내외로 소요되는 처리기간을 확인할 수 있어서 헛걸음 하지 않을 수 있고, 특히 관련 동영상 등을 미리 시청하면 내일배움카드 발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건강보험도 확인하여야 한다. 퇴직과 동시에 ‘지역가입자’로 신분이 바뀐다.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들이 있을 경우에는 편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역가입자가 되면 보험료도 상당히 인상되게 된다. 지역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하였더니,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나에게 최선의 방법을 알려주었다. 일정기간 전회사의 경우에 준하는 금액을 부과하여 부담을 줄여주었다.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자동 시스템에 의하여 부과되는 금액을 모두 납부해야 했을 것이다.
퇴직하면서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안내받아 발급받았다. 5년간 유효하며, 500만원까지 지원되는 제도이다. 퇴직 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내용이었는데, 사회보장제도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했던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에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하여 두 가지의 교육을 받고,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다. 당장 자격증을 활용하여 취업이나 부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역량개발과 미래 준비를 위해 ‘국가의 도움을 찾아서 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몰랐다면 교육을 포기하였거나, 자비를 써야만 했을 것이다.
내일배움카드는 인터넷을 통하여 미리 확인하였기에 카드 신청 전에 미리 관련 교육을 수강하고, 고용센터를 방문할 수 있었다. 창구의 직원이 아주 친절하고 상세하게 잘 알려주었다. 물론 인터넷 신청도 가능하다. 단지 발급에 필요한 것이 완비되었는지에 대하여 안내가 없으면 신청절차가 반복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발급이 지연될 수도 있다. 다행히 창구 직원의 안내로 한꺼번에 신청을 마무리하고 수 일 후에 카드를 수령하니, 당장 쓰지는 않더라도 든든하였다.
연금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공적 연금을 수령 중이었는데, 규정에 의하여 연금 수령기간 중 소득이 일정 수준이 넘으면 연금이 삭감되는 조치를 적용받고 있었다. 연금관리공단에 전화와 퇴직 증빙자료만 제출하면 즉시 전체 금액으로 환원되었다. 이 경우는 소급 환불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전까지 퇴직금 등에서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을 것이다.
어느 날 세무서에서 종합소득에 대한 추가 납부 고지서가 왔다. 그동안은 회사에서 연말정산 처리를 모두 대행해 주었기에 해당 자료만 제출하면 되었었다. 그런데 퇴직하고 나서는 스스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였더니, 세무서에서 미신고자에 대한 정산을 하고 고지서를 발부한 것이었다. 직접 방문하여 항의하였지만 소용없었다. 150여만 원을 납부하였다.
다음해에는 혼자서 종합소득세 신고하는 방법을 공부하였다. SNS에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자료들이 많았다. 미리 관련 자료들을 준비하고 있다가, 신고 창이 개설되자 바로 신고하였다. 90여만 원을 환급받았다. 모르고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
평범하게 근무하다 정년이 되거나, 권고사직 등으로 인하여 퇴직할 경우 이런 절차들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는 모두 자신의 일이기 때문이다.
퇴직으로 인하여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데, 이런 제도들을 몰라서 손해를 본다면 더 억울할 일이다. 자기의 권리는 스스로 찾자,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