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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Feb 25. 2024

늙은 호박인가, 익은 호박인가

생각의 차이가 노후 삶의 질을 결정한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에는 나이가 1100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가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나무가 지금도 열매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이 나무는 생산을 하고 있고, 그 자손 목들이 용문면소재지에서 용문사에 이르는 길가의 가로수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천년을 넘게 산 이 나무는 늙은 나무인가, 아직도 왕성한 젊은 나무인가.


며칠 전에 ‘천만 원 줘도 아깝지 않을, 아무나 못 듣는 최고의 인생 조언’이라는 동영상 강의를 보았다. ‘50 넘으면 무조건 봐야 할 인생을 최고로 잘 사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노후 및 은퇴 준비와 여러 가지 노후의 지혜에 대하여 강의하고 있었다. 

* 이런 제목에 얼른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되는 것을 보면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이 강의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것이 용문사 은행나무였다. 천년의 세월을 견디고 지금도 위용을 자랑하면서 왕성한 생산을 계속하고 있는 나무! 나이와 세월을 탓하지 않고, 자기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 멋진 모습. 법으로 정한 퇴직연령이 조금 지났다고 의기소침하고, 마땅한 일거리를 위해 새롭게 공부하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생각의 차이가 ‘지금의 나’를 정의한다. 어느 때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세간에서는 가을에 수확한, 잘 익은 호박은 ‘늙은 호박’이라고 칭한다. 봄에 심어서 가을에 거두었으니 1년도 되지 않는 호박을 왜 늙었다고 부르는 것일까? 겉모습이 주름졌다고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면 한참 잘못된 호칭이고, 우리 생활에서 반드시 고쳐야 할 언어습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익은 호박은 알찬 과육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다음 해를 기약하는 여문 씨앗을 잘 키워서 간직하고 있다. 제대로 심어져서 성장한다면 씨앗 하나마다 열 개가 넘는 후손을 보게 될 것이다. 얼마나 알찬 결실인가. 이것을 ‘늙었다’라고 말한다면 미래를 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시각임에 틀림이 없다. 시각과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식물과 사람은 물론 같은 수 없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사람들이니 분명 식물들보다 나은 것이 있다. 생각을 바꾸면 이것을 찾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동영상 강의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것, 그것은 연륜과 경험의 축적으로 이루어진 ‘지혜’이다. 


나는 늙은 호박이 아니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어 낸 결과로 만들어진 알찬 지혜를 담고 있는 ‘살아 있는 지혜의 보고’이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이 지혜를 잘 활용하고 전수한다면, 나이 들어가면서도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고, 은행나무 보다 더 훌륭한 자손들을 보게 될 것이다. 스스로의 가치는 스스로 결정한다.



<여담> 용문사 은행나무가 천년을 넘게 산 이유 세 가지.

첫째, 계곡에 있어서 벼락의 피해를 받지 않았다.

     * 지금은 근처에 피뢰침이 세워져서 벼락의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둘째, 사철 마르지 않는 계곡물이 근처에 있어서 가뭄의 염려가 없다.

셋째, 근처에 용문사 해우소가 있어서 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

     * 용문사를 찾는 사람들이 일주문을 지나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물이 해우소인데, 은행나무 때문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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