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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문 글지기 Feb 18. 2024

아내가 새로운 배움을 좋아한다.

동안 알아주기 못해 마음 깊이 미안하다.

전업주부로만 30여 년, 아내가 근간에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였다. 작은 계기로 시작한 것이지만 재미있게 여기고, 날로 성장하는 실력에 보람을 느끼는 모습에 내가 오히려 기분이 좋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알아주지 못하고 권하지 않은 것에 마음속으로 미안하기도 하다.


물론 자잘하게 배운 것이 없지는 않다. 젊은 시절에는 남편 따라 테니스를 배웠다. 하지만 체력에 한계가 있고, 노력에 비하여 실력이 늘지도 않아서 대하는 것이 수동적이었다. 다른 운동종목으로 바꾸어 보기도 했지만 역시 오래가지는 못했다. 요즈음은 관절염으로 인하여 야외 운동은 할 수도 없게 되었다.


또 한동안은 주민센터의 문화회관에서 진행하는 외국어 교육에 참여하였다. 학교 다닐 때 전공이었지만, 사용하지 않아서 멀어진 것을 되살리자는 의도와 언젠가 외국 여행을 가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외국여행에 관심도 없고, 목적이 희미해지니 배움도 시들해져서 그만두었다.


잠시지만 노래교실도 열심히 참가하여 새로운 노래를 배웠지만 역시 중지하였다. 지금은 종편에서 진행하는 각종 트로트 경연대회를 시청하는 재미를 대신 가지게 되었다. 제법 전문적인 평가까지 곁들일 수 있게 되었지만, 여러 이유로 계속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일이다.


노래교실까지가 단발성이었다면, 요즈음은 복합적으로 배움을 진행 중이다. 목적도 새롭게 하였다. 우선은 새로운 것을 접하면서 뇌를 젊게 하는 것이고, 나아가서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거나 손자들을 보게 되면 가르치겠다는 비교적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요일별로 새로운 것 세 가지를 베우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교육은 보드게임 지도자 양성과정, 보태니컬 아트 및 시니어 컴퓨터 교실이다. 시간의 중복으로 캘리그라피 수업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사진 교육 등은 잠시 쉬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구청의 교육시설이나, 시립 도서관 등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새롭게 익힌 것에 대하여 자랑하고, 숙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식탁에 잔뜩 펼쳐놓고 집중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흐뭇한 일이다. 아직 수업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다음에 수강할 과목을 검색하고 달력에 신청일자를 적어놓는 것을 보면서 미안함을 느낀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왜 그동안 알아주지 못했던 것인가.


교육에 필요한 재료는 아들이 아낌없이 구입해 준다. 아들도 처음에는 별관심이 없더니, 엄마의 실력이 늘어가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태도가 달라졌다. 심적, 물적 지원자가 늘어났다. 아내는 그만큼 더 신나게 다니고, 이제는 지난 시간보다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마하트마 간디의 “내일 죽을 것처럼 일하고영원히 살 것처럼 배워라.”라는 말이 새삼 생각난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나는 옆에서 3월까지를 기한으로, 쓰일 가능성은 없지만 워드프로세서 자격시험을 준비 중이다. 새로운 배움의 즐거움을 함께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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