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걸 언제 절절히 느꼈냐면.
스물셋에 열심히 백숙과 옻닭을 날라서
친구랑 여행을 떠났단 말이야?
(여름철 백숙 서빙은 시급이 셌다.)
체코랑 폴란드 갔다가 파리로 넘어갔는데
거기서 별 것 아닌 걸로 친구랑 싸워 버린 거야.
친구는 떠났고
나는 혼자 에펠탑 아래 잔디밭에 있었어.
다른 사람들은 함께 온 이들과 웃고 있더군.
그 순간이 현실 같지가 않고, 영화 속 장면 같았어.
아니 놀러 왔으니 영화를 찍을 수도 있는 거지만
이런 장르를 찍고 싶은 건 아니었거든?
도저히 현실을 바라보기가 힘들어
맥주 생각이 날 때
돌아다니며 하이네켄을 파는 사람들이 보였어.
나는 비척비척 그들에게 다가갔지.
그런데 그들이 250-300ml 정도 든 하이네켄 한 병당
6유로를 받겠다는 거야!
아니 맥주 찔끔을 위해 칠천 얼마가 필요하다니 이건 다시 생각해 봐야겠는걸.
나는 그냥 자리를 벗어나기로 했어.
그러나 그들은 끈기 있게 흥정하며, 나에게 맥주를 팔려고 했지!
아니야 괜찮아..맥주고 뭐고 그냥 지친 나는
힘없이 노, 노, 노만 반복했는데
어쩌다 보니 절반 값에 산 하이네켄을 손에 들고 있더라고!
놓을수록 가까워지고, 쫓을수록 멀어진다는 옛 말을 보면
아직도 그때 마셨던 3유로짜리 하이네켄 생각이 나.
살다 보면 사력을 다해 쥐고자 하는 것들이
손가락 사이로 새는 모래들마냥 도망칠 때가 있더라고.
마음을 가볍게 먹으니 어느 새 손아귀에 들어와 있는 것들도 있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