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바람둥이 심리학

무감정의 심리 <9>

by 비새

그들은 대체로 비슷한 시점에서 멈춘다.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은 뒤부터다.


처음엔 열정적으로 다가오고,
상대의 마음을 여는 일엔 누구보다 능숙하다.
그러나 관계가 안정되는 순간,
그들의 흥미는 식기 시작한다.
감정보다 자극이 먼저였고,
확신보다 설렘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의 대화는 점점 무의미해진다.
그들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얘기를 되풀이한다.
“그때 얘기했잖아.”라는 말에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답한다.
“어제 일도 까먹는데 그날 걸 어떻게 기억해.”
그건 건망이 아니라,
기억할 이유가 없는 관계라는 뜻이다.


그들은 통화를 불편해한다.
“가족 하고도 통화 잘 안 해.”
“난 문자로만 연락하는 게 편해.”
이 말들은 변명이 아니라,
감정을 통제하려는 습관이다.
목소리는 온도를 만들고,
온도는 감정을 남긴다.
그들에게 그건 불필요한 변수다.


그래서 그들은 문자로만 관계를 관리한다.
짧고 단정한 문장,
표정 대신 이모티콘 몇 개로.
그건 친밀함이 아니라 감정의 최소화 전략이다.


그들은 자신이 하는 말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상대의 반응은 놓치지 않는다.
누가 흔들리는지, 누가 자신을 기다리는지
그 표정 없는 화면 속에서 금세 알아차린다.
그게 그들에게는 유일한 통제의 기준이다.


겉으로는 여유롭고 유쾌하다.
하지만 그 유쾌함은 텅 빈 온기 위에 덧칠된 장식일 뿐이다.
그들은 관계를 끊지 않지만,
깊이 이어가려 하지도 않는다.
사랑을 나누는 대신
감정의 무게를 계산하며 버틴다.
그건 자유가 아니라,
지친 감정의 껍데기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다.


결국 그들이 쫓는 건 사랑이 아니다.
확신을 잃지 않기 위한 반복,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루틴,
그리고 익숙한 무감정의 패턴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