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 바람둥이 심리학

결핍의 심리 <10>

by 비새

사랑을 잃은 게 아니다.
다만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근육이 무뎌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사랑 앞에서도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이별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누군가를 잃는 순간에도 감정의 파동은 잠잠하다.
미련이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다시 올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 확신은 경험에서 비롯된 착각이다.
늘 반복되던 관계의 순환,
밀고 당기던 패턴이 그들에게는 감정의 공식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별조차 불안이 아니라, 잠시의 ‘쉬는 구간’ 일뿐이다.


그러나 언젠가 그 공식이 깨질 때가 온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생기고,
다시 열리지 않는 대화창이 생긴다.
그때 그들의 마음엔 작은 붕괴가 찾아온다.
그건 사랑을 잃어서가 아니라,
통제하던 세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감정이 아니라,
예상할 수 없는 변수다.
외로움도 잠깐뿐이다.
누군가 떠나면, 그들은 곧 새로운 피드를 연다.
하트를 누르고, 낯선 얼굴을 스크롤하며
자리를 비운 마음의 자리를 빠르게 메운다.
그건 슬픔을 피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확신을 복구하는 행동이다.
“나는 여전히 선택받을 수 있다.”
그 믿음을 되찾는 순간,
그들은 다시 평정심을 되찾는다.


처음엔 의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길어지며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억제하는 법을 배웠다.
진심을 느낄 때마다 불안해지고,
가까워질수록 통제할 수 없게 되니까.
그래서 감정을 느끼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건 무감정이 아니라,
자기 보호의 다른 얼굴이다.


그들은 사랑을 모르는 게 아니다.
다만 사랑이 자신을 묶을까 두려운 것이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관계는
그들의 자유를 제한한다.
그래서 애초에 “연인”이라는 틀을 만들지 않는다.
감정보다 자유를,
진심보다 안전을 선택한다.


그러나 시간은 그 자유조차 서서히 무너뜨린다.
나이를 먹고, 몸이 지치고, 마음이 고요해질수록
그들은 깨닫는다.
“언젠가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할지도 몰라.”
그건 나이가 만들어낸 외로움이 아니라,
감정을 잊고 살아온 시간의 부작용이었다.


젊을 때는 자유로워 보였지만,
그 자유는 결국 아무도 남지 않는 고요로 끝난다.
그들이 잃은 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근육이다.
한때는 그걸 통제라 불렀지만,
이제는 그 통제가 자신을 가둔 감옥이 되었다.


결국 그들은 스스로 만든 고립 속에서
사랑을 잃는 법을 완벽히 배워버린 사람들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