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아카이브

관심의 역학[4]

by 비새



사랑은 대체로 한쪽이 먼저 기울면서 시작된다.
마음의 온도가 같으면 좋으련만, 같을 수 없기에
관계는 언제나 수평이 아닌, 한쪽으로 더 기울어진다.
누군가는 더 빨리 마음을 주고,
누군가는 조금 늦게 사랑을 배워간다.
그 기울기 속에서,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 흔들린다.



처음엔 단순한 호감이었다.
그 사람의 말투가 좋았고,
나를 향해 웃어주던 눈빛이 편안했다.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그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기 시작했다.
카톡 답장이 느리면 이유를 찾았고,
SNS에 올라온 짧은 글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지만,
나는 그 아무렇지 않음 속에서 이유를 찾으려 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늘 비대칭적이다.
누군가는 사랑을 시작하기 전부터 불안해하고,
누군가는 시작하고도 태연하다.
나는 전자였다.
조금만 마음이 흔들려도 그 불안이 나를 집어삼켰다.
그 사람의 반응 하나, 표정 하나에
하루의 기분이 오르내렸다.
사소한 대화에도 의미를 두었고,
연락이 없으면 내 탓을 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그렇게 내 마음은 늘 상대의 반응에 기대어 있었다.


관심이 깊어질수록 판단보다 감정이 앞서기에,
사랑은 언제나 비합리적이다.
상대가 나를 덜 좋아할수록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더 알고 싶어졌다.
결국 주도권은, 관심을 더 가진 사람에게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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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뒤에 남은 마음의 흔적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심리를 글로 엮습니다. 감성과 통찰이 머무는 곳 <비새> <<흐노니>> 2026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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