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아카이브

무뎌짐의 기술[10] 마지막화

by 비새






이별 후 우리는 가장 먼저 잊으려고 애를 쓴다.
헤어지자마자, 거의 반사적으로 마치 무언가를 서둘러 지워야만 다음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처럼 스스로를 재촉한다.


하지만 머릿속의 기억들은
‘삭제’ 버튼 하나로 사라지는 파일이 아니다.
손가락으로 눌러 지운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의지를 다해 밀어낸다고 깨끗이

정리되는 것도 아니다.


억지로 삭제하려 할수록 기억은 더 깊게 남는다.
지워졌다고 생각한 순간, 가장 선명한 장면으로 다시 떠오른다.
마치 시스템에 없는 명령어를 반복 입력하다
결국 에러를 마주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별은 애써 잊으려 할수록 그때의 따뜻했던 순간들이 오히려 더 선명한 그리움이 되어 밀려오고, 붙잡지 않으려 할수록 잡히지 않던 미련이 먼저 다가와 손을 뻗는다.



사랑은 저장하지 말았어야 할 곳에 끝내 저장되어 버린 기록처럼, 지워지지 않은 채 그렇게 집요하게 남는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비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사랑은 감정이지만, 때로는 심리로 이해해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 이별 뒤에 남은 마음의 흔적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심리를 글로 엮습니다. 감성과 통찰이 머무는 곳 <비새>

13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