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입대하기 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남자는 제대한 지 몇 년이 지났어도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꾼다"
난 당연히 전역자들의
'나 힘들게 군생활했어'의 허세 시리즈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절대 아니었다.
전역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꾼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꾼다.
이외에도 가끔씩 우리가 흔히
'악몽'이라고 할만한 꿈들을 꾼다.
정말 난처한 상황에 몰린다든지,
나 혹은 주변 친한 사람들이 크게 다치거나
변고가 생기는 꿈이라든지.
그렇다고 해서 꿈 해석을
찾아보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냥 내가 느끼기에 좋지 않은 꿈이면
그날 하루를 더 주의해서 살뿐이다.
그러던 몇 년 전, 꿈을 연구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사람과 종종 만나서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재밌었고
내 꿈에 대한 해석도 가끔 해줬는데
그게 또 그렇게 신기할수가 없었다.
그 사람의 직업은 심리상담 전문가였는데
꿈은 그 사람의 현재 심리상태가
반영된 거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때부터 내가 꾸는 모든 꿈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좋은 꿈을 꾸면
현재의 내 정서가 안정되어 있구나 라는
기분 좋은 생각을 하고,
뭐 안 좋은 꿈을 꾸더라도
내가 지금 너무 쫓기며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안 좋은 꿈을 꾸면 꿈속에서
내가 이걸 꿈이라는 걸 알아채는,
그런 단계에 이르렀다.
앞서 언급한 군대 다시 가는 꿈을
예로 들어보자면 어느 한 장소에
수많은 남자들이 모여서 차례로 호명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앞에는 군복을 입은 조교가
한 사람씩 불러 가야 할 부대를 불러주고 있다.
(참 희한한 게 난 이런 식으로 배치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꿈속에서는 이런 풍경을 본다)
점점 내 순서가 다가오면서
내 마음은 더 옥죄어 온다.
'아니 내가 여기 왜 있는 거지?
내가 제대한 지가 언젠데..
그리고 이제 서른 중반인데
20대 애들이랑 군생활을 어떻게 하지?
아내랑 가족들, 회사에선
내가 지금 여기 온 걸 알고 있나?'
등등 온갖 불안함이 엄습해 오다가
문득 '잠깐만, 이거 꿈이잖아?'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행복이 찾아들어온다.
어떤 날은 꿈속에서
너무 기쁜 나머지 사람들을 향해
"이거 꿈이야 이 자식들아"라고 소리쳤던 적도 있었다.
그다음으로 내가 자주 꾸는
악몽 중 하나는 싫어하는 사람들,
껄끄러워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꿈이다.
그 사람들은 자기네들끼리
막 떠들면서 나를 향해 다가오다가
결국 내 옆에 앉아서 나에게 말을 건넸다.
항상 이런 레퍼토리다.
꿈속의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그 자리를 뜰 궁리만 하고 있었다.
'이건 꿈이다'는 자각을 하기 전에
이런 꿈을 꿀 때면 과장이 아니라
일어났을 때 얼굴이 아프다.
꿈속에서 억지로 웃느라
얼굴에 경련이 난 것 아닐까 의심스럽다.
그런데 이 꿈에서도 마찬가지로
언제부턴가 '이건 꿈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당혹스럽고,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불안단계에 까지 이르는 것 똑같다.
하지만 딱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
꿈속의 나는 마찬가지로 환호성을 지르며 꿈에서 깬다.
그때부터였다. 난 악몽 또한 즐기기 시작했다.
이건 나도 모르게, 어떻게 생긴 습관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비결을 알려드릴 순 없지만 정말이다.
그런 악몽을 꾸다가 '이건 꿈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일어나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내 옆에 누워있는 아내, 나의 침실, 거실 등등
모든 게 다 그대로라는 생각에
빙긋이 웃음 짓고 다시 잠자리에 들거나
아니면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런데 며칠 전, 정말 무서운 꿈을 꿨다.
그 꿈에선 자각을 하지 못했다.
꿈이 끝나는 순간까지 무서웠다.
눈을 떠보니 새벽 4시,
원래 일어나는 시간과 큰 차이도 없고
다시 자기 힘들 정도로 놀랐기 때문에 그냥 일어났다.
그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생각해 보니 가족들도 건강히 잘 있고
나 또한 어제와 똑같았으며 회사도 무탈하다.
평소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일상들이지만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깨달았다.
꿈에서 잠시나마 잃어보니 알게 된 이 소중한 것들..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속
스크루지 영감이 된듯한 기분이었다.
삶 속에서 더 감사하고 사랑해야 할 이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