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식가의 뷔페 예찬론
얼마 전 엄마를 모시고 뷔페에 갔다.
나는 매운 음식을 빼면 딱히 가리는 음식도 없고
많이, 잘 먹는 편이고 먹는 행위 자체를
무척이나 즐기는 편이라
뷔페에 가는 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서른 중반에 접어드니 슬슬 주변에서
"예전보다 양이 줄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기는데 나는 아직 아니다.
뷔페에 가면 사람들은 대부분 생각하는 게
비슷비슷하다는 걸 느낀다.
오픈과 동시에 회, 초밥 코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물론 육류, 바비큐 코너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긴 하지만
이때까지의 경험상 일식 코너가 더 많다.
고가의 특급호텔 뷔페든, 결혼식장 뷔페든 마찬가지다.
잠시 뒤엔 이 둘의 순서가 역전되고
1시간 정도 지나면 디저트코너가 북새통을 이룬다.
나만의 팁을 드리자면 처음엔
샐러드 코너에 가시는 걸 추천드린다.
그곳이 은근히 알짜배기이다.
뷔페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곳에도 육류와 회가 있다.
바로 육회와 훈제 연어.
참치 타다끼가 있는 곳도 있는데
일단 그곳에서 약간의
채소와 올리브를 함께 담아 첫 접시를 채운다.
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채소인
아스파라거스 또한 잊지 않는다.
그렇게 첫 식사를 마치고
두 번째 접시를 채우러 일어나면
일식과 육류 코너가 아까보다는 조금 인원이 줄어있다.
나는 바로 일식 코너로 가서 초밥과 회를 담는다.
참치회는 기름지므로 조금만 담는 걸 권해드린다.
그리고 세 번째 접시는
육류로 채우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소스를 너무 많이 먹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난 원래부터 소스를 잘 안 먹는 편이긴 하다.
소스가 음식 본연의 맛을 가린다는 생각에서다.
뷔페에선 특히나 소스를 많이 먹게 되면
속이 금방 느끼해진다.
딱 필요한 것만 조금 담는 걸 권해드린다.
나는 양갈비와 함께 먹을
민트소스만 담지 다른 소스는 안 담는다.
그다음은 중식코너로 간다.
크림/칠리새우, 동파육, 북경오리는 무조건 담는다.
속이 좀 느끼하다 싶으면 짬뽕 국물을 조금 받아온다.
(면은 추천드리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루트고
누나, 매형 내외랑 가면 또 다른 접시가 추가된다.
바로 갑각류.
가재나 대게는 내가 좋아는 하지만
살을 발라내기 어려워서 아예 안 먹는데
누나는 이런 걸 기가 막히게 발라낸다.
누나한테 대충 눈치로 먹고 싶다는
시그널을 보내면 발라준다.
언제 한번 누나내외가 잠실에 있는
랍스터 뷔페에 데려간 적이 있었는데
거긴 정말 천국이었다.
별다른 노력 할 필요도 없이 살이 쏙쏙 발라진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쯤 되면 6,7 접시 정도 먹었다.
그럼 배가 부른 상태이기에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으러 다시 일어난다.
바로 디저트 코너.
식사 위와 디저트 위는 따로 있다는 말은 정말이다.
그렇게 먹고도 디저트 코너에 가면
눈이 초롱초롱 해지고 입에 넣으면 기가 막히게 잘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디저트 코너를 보면
그 뷔페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인 코너들은
어딜 가나 잘 구비해 둔다.
그런데 디저트 코너는 먹는 사람도 그렇지만
준비하는 식당도 '뒷심'을 보여주는 코너다.
디저트까지 정성을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에 따라
괜찮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할 수 있다.
가격대는 나중문제다.
비싸면서도 디저트가 별게 없으면 별로인 곳이고
적정한 가격대에 디저트까지 괜찮으면
가성비 좋은 뷔페로 평가받는 것이다.
초콜릿케이크와 치즈케이크, 에스프레소는 꼭 먹는다.
컨디션 좋은 날은 디저트도 두 접시 먹는다.
아이스크림도 꼭 먹는다.
대형 유제품, 아이스크림 업체의 제품을
갖다 놓은 곳도 있는데 그런 아이스크림은 꼭 먹어야 한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내가 된다.
집까지 도보 1시간 안쪽 거리인
뷔페에서 먹었다면 무조건 걸어서 집에 간다.
죄책감이 조금은 줄어든다.
뷔페는 좋은 곳이다.
다양한 음식을 제한 없이 많이 즐길 수 있고
디저트까지 구비되어 있으니 따로 어디갈 필요가 없다.
나의 경우엔 일반 식당에 갔을 때보다
대화도 더 많이 한다.
생각해 보면 스무 살 이후로
기념일이나 좋은 날엔 매우 높은 비율로 뷔페에 갔다.
맛있는 걸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좋은 기억이 많아서 뷔페가
더 좋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다.
지금은 평균 7 접시 정도 먹는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점점 줄어들 텐데,
그러면 참 슬플 것 같다.
많이, 잘 먹기 위해서 관리를 꾸준히 해야겠다.
다행히 아직도 나는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