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오른 생각, 그게 답이다
'어떤 주제로, 어떤 생각을 글로 옮길까?'
전업작가든 작가지망생이든,
글쓰기가 취미인 사람이든
이런 고민은 항상 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글감이 떠오르지가 않네'라는 생각에
하루 종일 답답해하기도 하고
그렇게 짜내서 막상 써보니 내 마음에 안 들거나
혹은 과거에 썼던 것과 상당히 유사한 경우도 많다.
전자는 모르겠으나
후자의 경우엔 과감히 지워버리고 다시 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즉,
쓰는 내가 쓸게 없어서 힘들다는 뜻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서 산책을 해도
도통 안 떠오르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하루에 한편 쓰고 나면 진이 빠진다.
특히 나는 웬만하면 한번 시작한 일은
마무리를 짓고 다른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 더욱 그렇다.
그런데 한 번씩 뭔가 번쩍 일 때가 있다.
브런치에 쓰는 글이든, 블로그에 쓰는 영화 리뷰든
어떤 생각이 확 꽂히면 그냥 그 자리에서
2000자 이상의 글이 뚝딱 완성된다.
다 쓰고 나서 시계를 봤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나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그 번쩍이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고
심사숙고해서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그냥 삘 받은 김에 확 써 내려가는 것이다.
검열 따윈 필요 없다는 듯이 막 쓴다.
정말 쓰고 싶은 말이 많을 때는 눈감고
고개를 젖히고 막 써 내려간다.
분량이 너무 길면 그때 가서 좀 빼면 되니까.
반대로 심사숙고해서 쓰는 글은 썼다 지웠다 반복하고,
앞에 썼던 부분을 계속 읽어보게 된다.
이왕 쓰는 거,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니
잘 쓰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 경우엔 앞서 말한
'글감이 없는 경우' 보다는 아니지만 시간이 조금 걸린다.
참 재밌는 건, 내 글을 본 주변사람들의 반응이다.
언제 한 번은 친구에게
억지로 짜낸 글, 심사숙고한 글, 꽂혀서 막 쓴 글
하나씩을 골라 보여줬다.
꽂혀서 막쓴 글을 좋게 평가해 줬고
심사숙고한 글도 좋다고 평해줬다.
억지로 짜낸 글은 그저 그렇다는 평이었다.
내가 주목한 건 심사숙고 한 글과
막 쓴 글의 평이 비슷했다는 점이다.
둘 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써 내려간 글인데
하나는 의식하지 않고 생각이 이끄는 대로 썼고
하나는 읽는 사람들을 의식하며
나 자신과 의논해 가며 썼다.
그런데 결과가 비슷하다면 차라리
생각이 이끄는 대로 쓰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과는 둘째치고 일단 글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쓰는 입장에서도 생각이 이끄는 대로
막 써 내려갈 때의 그 기분이 더 좋다.
물론, 이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 거기에 맞춰서 막힘 없이 써 내려가야 하는
내 컨디션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그 순간이라는 건
무척 중요하고 왔을 때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는 글쓰기 말고
다른 것에도 이걸 곧잘 대입한다.
어떤 문제를 길게 잡고 고민만 할바에
차라리 가장 먼저 내 머리를 스쳤던
생각대로 결정한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실타래는 계속 꼬여가는 법이다.
오죽하면 이성을 만날 때도
첫인상이 꽂히는 대로 가란 말이 있지 않은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무조건 직진하라는 말은 아니다.
나아가되 생각하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글을 쓰다가, 일을 하다가, 사람을 만나가도
아니다 싶으면 접을 줄도 알아야 한다.
잠깐 멈춰 서서 보완해 가며 계속 이어갈 것인지
접어야 하는지 신중히 생각하며 나아가자는 것이지
충동적으로 나아가고, 접어버리고 하는 것과는
다른 성질의 일이다.
이에 덧붙여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일단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하단 말도 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하면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고민하고
구상만 하다가는,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러다가 끝난다.
그러다 뭔가 잘못되면 처음부터 다시 하고.
어떨 때는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처음의 감을 믿고 밀어붙이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10타석에 들어서서 안타 5개 친 타자보다
100타석에서 35안타 친 타자가 훨씬 좋은 타자다.
그러기 위해 일단은 타석에 들어서서
휘두르기라도 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