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돈값을 해야 한다
벚꽃이 만발했던 지난 토요일,
저녁식사를 마치고 중랑천 산책을 나섰다.
날씨도 좋고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평소보다 무척 많았다.
중랑천 근처에 갈수록 사람들은 더 붐볐고
저 멀리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중랑천에 들어서서 보니
대형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검색해 보니 동대문구에서
주최한 벚꽃축제 행사였다.
유명 연예인들도 몇 명 온다고 쓰여있었다.
어쩐지 똑같은 색깔의 옷을 입은
아주머니들이 많더라더니.
호기심에 나도 다리를 건너
무대 근처로 한번 가봤다.
동대문구 내의 유명 식당들이
간이 점포도 열었고
자동차 회사에서도
판촉행사를 하는 등 꽤나 시끌벅적했다.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건
가수 이찬원 씨의 팬들이었다.
나이가 좀 지긋하신 분들이었는데
저마다 설레는 표정이 얼굴 가득해서 보기 좋았다.
어떻게 보면 건전한 취미니까.
계획과 달리 나도 그 행사를 즐기기로 하고 쭉 지켜봤다.
스타는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했던가,
맨 마지막 순서로 이찬원 씨가 올라왔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인
'톡파원 25시'에서 진행을 맡고 있는 그는
수려한 언변에 박학다식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고,
야구 중계에서 객원해설을 맡았을 땐
'얼굴마담' 역할이 아닌 매우 자세한 내용까지 다 아는,
진정한 야구 마니아의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노래는 어떤 곡이 있는지 잘 몰랐다.
여러 곡을 불렀는데 그때마다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내가 주목한 건
그의 노래실력보다 한곡 한곡 끝날 때마다
그가 하는 멘트와 행동들이었다.
우선 그는 무대 밑으로 내려와서 관객들과 악수를 나눴다.
이건 뭐 다른 가수들도 하는 거고,
시간이 제한된 관계로 길게 하진 않았지만
인상 깊었던 건 거동이 불편한
노인 관객들에게 먼저 다가갔다는 점이다.
보여주기식은 아니란 느낌을 받았다.
가장 칭찬하고 싶었던 점인 멘트,
그는 마이크를 붙잡을 때마다
한순간도 막히지 않고 유려한 말솜씨를 뽐냈다.
처음엔 동대문구 주민들을 언급하고
다음번엔 이 행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자원봉사자들과 공무원들을 언급했다.
중간중간 그는 동대문구와 중랑천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는데 동대문구 주민이어도
잘 모를 것 같은 내용들도 많았다.
그걸 보고 아내와 나는 우스갯소리로
"내가 구청장이면 오늘 출연료 하나도 안 아깝겠다"
라는 말을 했다.
내가 이 행사를 기획한 공무원이라면,
특히나 이찬원을 섭외하자고 했던 담당자라면
뿌듯함이 치솟아 오를 만큼 그는 돈값을 했다.
물론 매니저나 다른 직원들이
알려준 정보일수도 있고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그렇게 유려하게 멘트를
던지기 위해선 분명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고
쉽게 가려면 그마저도 안 하고
다른 신변잡기 수준의 멘트만 했어도 그만이다.
이 조그마한 행사에서 저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
그가 방송에 임할 때는 어떻게 할지 짐작이 갔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돈을 받고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프로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런 디테일 한 점에서 갈린다.
쉬운 예로 몇 년 전 친선경기 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축구선수 호날두의 '노쇼사태'만 보더라도 답이 나온다.
축구실력으로는 역사에 남을 선수지만
호날두의 인성은 프로가 아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치열한 티켓팅을 뚫고, 그것도
거금을 주고 온 팬들을 도외시했으며
주최사를 기만했다.
어떻게 그게 프로인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까지 갈 필요 없이
우리 모두 다 이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우리도 직장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들이다.
돈값을 해야 그다음 받을 액수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가만 보면 우리 주변에는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행사가 끝이 나고
많은 사람들이 귀가를 위해 중랑천을 건넜다.
공무원들과 봉사자들이 경광봉을 연신 흔들면서
질서 유지를 외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전을 위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그 많은 사람들이 무사히 퇴장할 수 있었다.
누가 칭찬해주지 않아도,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는 프로들이 사회를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