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병원은 1차 의료기관,
쉽게 말해 동네 병원이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같이
다양한 검사를 하지도 못하고
첨단 장비가 있지는 않지만
이 1차 의료기관이란 곳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선조치 되어야 하고 그다음에
대학병원 같은 상급 의료기관으로
갈지의 여부가 결정된다.
다양하고 심층적인 검사를 못한다 뿐이지
기본적인 검사는 다 할 수 있다.
환자들 입장에서도 대학병원보다는
동네 병원의 진입 장벽이 훨씬 낮고
(진입장벽이 사실 없다)
접근성, 편리성이 더 뛰어나다.
질병의 장기적인 관리 측면에서도
동네병원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동네 병원과 상급병원은
서로의 보완재 같은 관계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순망치한이라고,
어느 한쪽이 붕괴되면
다른 한쪽도 큰 타격을 받는다.
특히나 동네 병원이 무너지면
제일 먼저 사회적 취약계층들이 타격을 받는다.
내가 이렇게 길게 설명한 이유는
얼마 전 느닷없이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국내 의료계에 까지 암운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서 만큼은
동네병원이냐 대학병원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다 비상사태에 돌입했으니 말이다.
뉴스에도 나온 것처럼
수액 세트, 주사기 등등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병원에 일하는 사람에게 듣기로는
가격이 며칠사이에 5배가 올랐다고 했는데
또 다른 사람은 그렇게 돈을 주고라도
구하면 다행일 것이라고 말한다.
동료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우리 병원도 거래처에서
주사기 물량이 다 소진됐다고 해서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다행히 판매처 한 곳을 알아내서
조금씩 구매를 하고 있긴 한데
이곳도 앞으로의 사정은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다.
아마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자금 사정이나 네트워크가 훨씬 크고
안정적인 대학병원도 요즘은 비상시국일 것이다.
그때부터 병원의 모든 물건들이,
아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주변의 모든 물건들이 소중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언제 어떻게 소진될지 모르며
우리가 사고 싶어도, 웃돈을 주고도
못 구하는 경우가 올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뭔가 서늘해지면서
세상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 보니까
이 모든 일의 원인인 전쟁을 떠올리게 됐다.
이 전쟁은 대체 왜 하는 걸까?
말하는걸 업으로 삼는
정치평론가들도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명확히 내밀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측근도, 네타냐후 측근도,
이란 정부도 모를 것이다.
과거 미국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다.
9.11 테러라는 참극을 겪은 미국은
복수도 해야 하고
원인도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훗날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전쟁은 명분도 없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대사처럼
하물며 건달도 명분이 있어야 싸우는데 말이다.
결국 이 전쟁의 승자는 현재까지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피해자들만 늘어날 것이다.
얼마 전 종량제 봉투 대란을 소재로
불안감 장사를 하지 말라는 글을
브런치에 쓴 적이 있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우리 집에
종량제 봉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직접적인 타격은 없었다.
단지 그렇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그걸로 이득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싫어서 그런 글을 쓴 것이다.
그런데 이게 나에게까지
영향을 주니까 더 짜증이 난다.
안 그래도 서울 물가 비싸다고 소문났는데
더 오를 것이고 환율도 끝없이 오를 것이다.
아마도 조만간 의료업계에서도
이틈을 타 폭리를 취하려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고
자랑스럽게 돈 벌었다고 떠벌릴 것이다.
기회를 엿보다 타이밍을 잡고 돈을 버는 것과
상황을 악용해서 돈 버는 건 천지차이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정치지도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
미국의 R&B 그룹 보이즈 투맨의 'War'.
이 노래 가사는 특별한 게 없다.
그냥 전쟁은 쓸모없다는 말을 계속한다.
그런데 신난다. 기분이 안 좋고 예민한 사람이라도
이 노래를 들으면 좀 가라앉을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 자명한 사실을 몇몇 사람만 모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