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괜찮아요?

by 박기숙

무더운 여름내 여든다섯의 엄마는 홀로 마산아파트에 계신다.

언제부턴가 효녀인 막내 여동생이 계곡물에 발이라도 시원하게 담그고 맛난 것도 먹자고 말했다. 어제 드디어 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산청으로 왔다.

현재 산청은 폭우피해로 몸살 중이다. 마을마다 산사태로 혹은 강물이 범람하여 일터와 집을 황토물이 삼켜 버렸다. 복구 작업이 한창인 산청은 골짝마다 그날의 흔적들이 널브러져 있다. 나지막한 작은 도랑물을 찾아 들어가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여름내 기운이 없는 엄마는 딸들을 위해서인지 힘을 내주었고 함께 작은 계곡 근처에 도착했다. 주차하고 조금 걸어 들어가니 물은 아주 맑고 투명하게 반짝였다. 나무 사이로 햇살 받은 윤슬은 오랜만에 지친 마음을 활짝 열어 준다. 물을 보니 미소가 살짝 나왔다.

마땅한 장소로 가기 위해선 내리막길로 된 불규칙하게 있는 돌들을 잘 디디고 내려와야 했다. 내가 먼저 조심스레 내려가고 있고 동생은 엄마와 함께 손잡고 내려오고 있었다. 정말 순간이었다. 동생이 살짝 미끄러지면서 엄마는 무게중심을 잃고 말았다.

“엄마!”

나는 순간 몸을 돌리며 재빨리 왼팔로 엄마의 머리를 감쌌다. 넘어지는 순간 오직 엄마 머리는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엄마는 그대로 내리막길에 얼굴이 자갈돌 위에 박혔고 얼굴에서 피가 났다. 엄마는 그대로 엎드린 자세가 되었고 우리 둘은 연로하신 엄마가 괜찮기를 간절히 바라며 외쳐댔다.

“엄마 괜찮아요?”

“엄마 괜찮아요?”

“엄마 다리는, 팔은, 머리는?”

우린 놀란 가슴 쿵쾅거리며 계속 엄마를 살피며 괜찮냐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얼마나 놀랐는지 아찔했다. 본인은 또 얼마나 놀라셨을까.

지나가던 트럭 한 대가 멈추며 걱정스레 바라본다.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며 엄마는 괜찮다고 하셨다. 일단 물수건으로 손발을 닦고 집으로 가자고 했다. 그러나 엄마는 “여기까지 왔는데 물 담그자” 하신다. 너무 걱정하는 우리를 안심시키시려는 것이다.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본 엄마의 얼굴은 이내 부어오른다. 가까운 병원을 가기로 하고 일어섰다. 그렇게 예쁘게 보였던 윤슬도 바람의 향도 기억이 없다.

정말 다행히도 타박상 외에 별다른 이상은 없다. 주사와 약 처방을 받고 소독에 필요한 것 몇 가지를 사서 집으로 왔다. 엄마는 그제야 긴장이 풀리셨는지 살짝 잠을 청하신다. 잠든 엄마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엄마 얼굴을 이렇게 세심히 살펴본 적이 있었을까.

밭고랑 같은 주름 사이로 엄마의 일생이 숨어 있다.

통통하고 고왔던 새색시가 가부장적인 남편을 만나 시집살이 험했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 대신 자식 농사, 밭농사, 장사까지 숨 쉴 틈 없이 살아낸 엄마의 일생이 한없이 가엽고 불쌍하다. 저 깊은 주름 사이 어디엔가 고단했던 일상들이 깊숙이 쌓여있다. 엄마는 행복했을까.

자식들 걱정 안 시키려 입맛 없어도 매끼 밥은 꼭 챙겨 드시려 노력하시는 엄마를 보면 짠하고 울컥한다.

오래오래 우리 곁에 건강하게 계셔주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오늘 아침 무릎이 아린다. 동생은 괜찮을까. 우린 하루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살아간다. 짧은 오후 한나절에 벌어진 사고 앞에 무력한 인생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것이 축복이다.


아픈 산청도 놀란 엄마도 빨리 회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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