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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티 Oct 11. 2022

공기업 포기한 백수의 이모티콘 승인 도전기_3

'불합격'에 대한 고찰

'나는 되겠지'


설마 설마 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나날들에 무의식적으로 든 생각이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수많은 불합격의 순간들이 있었다. 대외활동 불합격, 동아리 불합격, 서류 불합격, 최종면접 불합격... 등등. '불합격'은 아이러니하다. 받으면 받을수록 내성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이번엔 아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만들게 하게 만드는.


삶이 신기한 게, 언제나 불합격만을 주지는 않는다. 생각지도 못한 합격의 순간도 가끔씩 주어진다. 그러나 그 비중은 턱없이 부족하기에 합격은 너무나도 달콤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계속해서 도전하는 건가 보다. 달콤함을 맛보기 위해 도전한 내숭이 출시는 그렇게 '미승인'이라는 결과로 내게 다가왔다.




난 카카오톡, 밴드, 라인, 모히톡, OGQ, 총 5곳에 제안을 했고, 라인을 제외한 모든 곳에 미승인을 받았다.












내숭이의 데뷔는 스타트부터 쉽지 않다. 결과 메일을 하나씩 접하게 되면서 점점 기대감이 낮아져 갔다. 그 과정에서 불합격의 내성이 쌓였고, 마지막 카카오톡 미승인 결과 땐 생각보다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b급 감성이야 말로 쉬운 길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표현 방식임을 깨달았다. 우선은 계획의 뒤편으로 내숭이를 잠시 두려고 한다. 조금 어려운 길을 선택했었던 것 같다.





스스로 내숭이의 미승인 이유를 4가지로 꼽아봤다.



1. 카카오톡이 가려는 '안전빵'과 맞지 않았다.

이모티콘 관련 유튜브를 여럿 접해보았을 때 귀엽고 둥글둥글한 호불호가 적을 캐릭터, b급 감성이어도 귀여운 느낌의 캐릭터들이 상품화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기엔 내숭이는 미묘한 기분을 나타내는 약간은 불쾌한 골짜기스러운 느낌도 있었기에 현재의 톤 앤 매너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보니 왠지 색깔도 특이하게 설정한 것 같기도 하다.



2. 인간 비율의 이모티콘은 대게 움직인다.

처음에 내숭이가 승인될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이유는 인간의 비율을 가진 이모티콘이 현재도 이미 판매 중에 있는 것을 여럿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우선 그런 이모티콘들은 다채로운 표정과 몸짓을 보여주는 '움직이는 이모티콘'이었다. 움직이는 이모티콘으로 제안할수록 승인 확률은 올라간다. 멈춰있는 이모티콘으로 출시되기엔 내숭이는 묘한 표정과 포즈로만 표현을 하는 캐릭터였기에 상품화가 되기엔 좀 부족했다고 본다.



3. 긍정적인 표현이 승인 확률이 높다.

내숭이는 내향적인 사람들의 알듯 말 듯 회피하고 싶은 기분을 사회성이라는 명목 하에 선은 지키되 그것을 조금은 표출하는 것에 재미가 있을 것으로 기획한 것이었다. 뒤늦게 카카오톡은 긍정적 반응과 표현을 좋게 본다고 한 것을 알게 되었는데, 하필 내숭이는 긍정적 시그널보단 대게 부정적이거나 무표정한 느낌의 표현들이 많게 제작되었다.

[라인과 모히톡 제안을 하면서 깨달았는데, 내숭이의 미묘한 감정선들을 태그(ex: 즐거움, 놀라움, 화남 등)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어렵고 그 기준이 명확하지 못해 담당자 입장에서 난감했을 거라고 본다. 카카오톡도 결국 승인이 나고 나면 상품화 과정에서 각 이미지마다 상황, 기분, 표현에 맞는 태그를 달아야 했기에..]



4. 확실한 표현이 부족했다.

3번과 비슷한 내용이다. 난 내향적인 사람들의 감정은 한 끗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비슷한 감정임에도 다른 말(ex: 와우, 오.., 호오...)이 먹힐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애매함을 준 것 같다. 이런 큰 차이 없는 리액션이지만 오히려 이모티콘 플러스에서 사용되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또한, 이러한 표현들로 인해 태그 과정이 무척 어려웠고 여기서 미승인에 대한 약간의 직감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정리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아쉽기는 하다. 이런 느낌의 이모티콘은 솔직히 블루오션이라고 생각이 들고 여전히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 중이다. 좀 더 확실한 표현의 차이와 문구 변경 + 움직이는 이모티콘으로의 제작을 고려해보면서 추후 내숭이의 출시에 다시금 도전해볼 것이다. 아무래도 첫 도전이었던 캐릭터여서 애정이 있긴 한가보다. 그렇지만 첫 승인을 위한 과정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이 되어서, 우선은 카카오톡이 원하는 긍정적 시그널을 다수 포함한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기획해보아야겠다. 현재 다양한 캐릭터의 기획을 시간이 날 때마다 하고 있는데, 네이밍을 비롯한 콘셉트가 확정되면 제작에 돌입해야겠다. 이모티콘 승인 도전기는 계속될 것이다. 합격의 달콤함을 맛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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