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신의 어두움을 드러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감사함이었다.
그 이유는 내가 아이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과의 갈등은 어디 털어놓기도 어렵다.
잘못 털어놨다가 나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거나 심지어 교우관계를 틀어지게 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래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혼자 그 아픔을 가지고 있기에는 힘겹다.
기댈 곳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아이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간호학과에 진학한 것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 부모님의 성적 압박이 너무 심해서
그 결과물인 대학진학 성과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낼까 봐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결정 내린 것이었다.
'간호학과'라고 하면 어디 학교를 가도 괜찮은 학과
그렇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대학진학으로 끝이 났을 줄 알았던 성적 압박은
대학생이 돼서도 지속되고 있었다.
학교 네임벨류에 대한 아쉬움을 지속적으로 표현하며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 스트레스로 아이는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기간이면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아이의 부모님께
그만 아이를 놔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고등학생도 그 아이의 담당 교사도 아니었기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감정에 공감해 주는 것.
그리고 마음을 단단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하루빨리 아이가 독립적으로 성장하여 자신을 억누르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그때까지 내가 잠시라도 기댈 수 있는
숨통이 트이게 하는 따뜻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랑을 건넨다.
"방학했지! 요즘 어떻게 지내~? 우리 한번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