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 교직생활을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명예퇴직 전 마지막학기를
나의 교직생활 첫 학기로 함께 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고,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나를 아는 은사님들이셔서
전무후무하게 예쁨을 받으면서 교직생활을 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학생들도 정말 예뻤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가 있었다.
한 학기밖에 근무하지 않았는데도
나의 팬클럽회장을 자처했다. (그만큼 나를 좋아하고 따랐다.)
내가 운영하는 동아리 회장이면서
보건실에 자주 오는 단골이었다.
그 아이는 항상 밝았다.
고민이 있어도 웃는 아이였다.
한동안 붕대와 코반으로 팔을 감아달라고 자주 오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지 않고 오랜 시간 보건실에 있다 가기도 해서
한동안 고민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아이 속에 감춰진 어둠을.
그 아이는 자신이 꿈꿨던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 간 이후에도 우리는 연락을 지속했고,
방학 때면 밥을 사줬다.
그렇게 따로 밥을 먹으면서
아이는 자신의 어둠을 하나둘씩 내게 꺼내보였다.
부모님과의 갈등, 자해경험, 다양한 신체화 증상들..
그동안 그 아이를 봐온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전혀 몰랐다.
밝기만 한 아이인 줄 알았다.
아이는 친한 친구들 조차 이런 부분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 상황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감사함이었다.
그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