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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들은이야기: 멕시코 전자 부품 도난 사건

무역을 하다보면 포워딩업체와 미팅을 해야할 때가 많다. 일이 한번 세팅이 되면 사실 더 만날 일은 없고 전화로만 일을 처리하면 되지만, 사람사는 세상에서 그렇게 매정하게 일만 딱딱하고 빠이빠이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포워딩 업체에서 방문을 했다.

포워딩 업체 이사님이 지난달에 있었던 일이라면 이야기를 해주었다.

포워딩 업체가 거래처의 의뢰를 받아 전자제품 부품을 싣고 부산항을 출항하여 멕시코 서부로 향했다. 멕시코에 도착하여 세관통과를 마친 뒤, 컨테이너를 트레일러에 싣고 부두를 빠져나오는 순간, 강도가 트레일러기사에게 위협했다고 한다. 기사는 당연히 줄행랑 쳤고, 컨테이너 내부에 실려있던 전자제품 부품은 도둑을 맞았다.

포워딩 이사님이 현지 경찰을 통해 수사를 진행하였다고 했다. 몇일 뒤 컨테이너를 찾았다. 내부에 쓸만한 즉,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싹다 털어갔고, 돈이 안되는 것들만 남아있었다고 했다. 더 문제는 이제부터 발생했다. 경찰은 수사를 핑계로 컨테이너를 돌려주지 않았다. 그 컨테이너를 돌려주지 않으면, 전자제품을 생산하는데 큰 차질이 생겨 납기를 못 맞춘다고 했다. 경찰이 소정의 (선물?)은 요구하는 것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소정의 선물을 지급하고 컨테이너를 돌려 받았다.

스시를 먹으면서 이 얘기를 듣던 중,

“이사님 트레일러 기사와 강도와 같은 편 아닐까요” 라고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오 그럴수도 있겠네요” 라고했다.

트레일러 기사도 한편이지 않았을까요?, 경찰도 한편이었을거 같은데 왜 돌려주는데 선물(?)을 달라고 했을까요? 오히려 공장에 누군가 강도와 짜고 정보를 흘린게 아닐까요 등등.

스시를 먹으면서 온갖 소설을 썼던 적이 있다.

이후 보험으로 잘 처리된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고를 내가 맞닥뜨렸다면, 나는 과연 잘 처리할 수 있을까?

무역에는 별의별 상황이 발생한다. 계획대로 흘러가면 제일 좋지만, 항상 그렇지않다. 매사에 가장 효율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항상 “왜?” 를 입에 달고 살고, 이미지트레이닝(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하지?)를 달고 산다. 내가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하는 상황에서도 패닉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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