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처음으로 인턴사원인 나를 인도네시아 FOOD EXPO(SIAL INTERFOOD JAKARTA)에 출장 보냈다. 당시 담당 사수가 베트남 출장과 인도네시아 출장을 동시에 잡았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인턴사원인 내가 인도네시아 출장을 가게 된 것이다. 회사 창사 이후로 인턴사원을 단독으로 해외 출장을 보낸 적이 없었다. ‘벌써 인정받는구나’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드는 한편, ‘성과가 없으면... 인턴사원이라 쉽게 잘리는 게 아닐까’라는 부정적인 생각도 함께 떠올랐다. 출장의 주목적은 인도네시아 식품 박람회 참석이었다. 샘플 사과와 샤인머스캣을 준비해 통관업체를 통해 박람회장으로 미리 보냈다.
11월의 어느 월요일 오전 9시 비행기로 출국 일정이 잡혔다. 7시간의 비행 끝에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 동남아 국가에서 느껴지는 덥고 습한 기운이 내 몸을 휘감았다. 첫 출장이라 설렘보다는 긴장이 가득했다. 출장 중 누구를 만나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구두로 교육을 받고 출장을 떠났다. 막상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마친 후에는 막막했다. 이전에 해외여행을 그렇게 많이 다녀봤지만, 여행과 출장은 엄연히 달랐다. 대형 화물로 보낸 스탠딩 배너를 찾아 공항을 빠져나왔다.
자카르타의 교통은 연옥과 아수라 그 어디쯤 같았다.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교통지옥이라고 했다. 택시 미터기는 하염없이 올라가는데 바깥 풍경은 그대로였다. 마침내 호텔에 도착했다. 하염없이 올라가는 미터기와는 별개로 택시비는 생각보다 합리적으로 나왔다.
여느 박람회처럼 마찬가지로 부스에서 방문객을 기다리다 보면, 시식만 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한국산 농산물에 관심을 가지는 바이어도 찾아온다. 박람회를 찾아온 바이어들은 한국 농산물 상황에 대하여 궁금해하고 많이 질문한다. 한국산 샤인머스캣이 수확되는 시기가 어떤지, 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샤인머스캣의 가격과 노지에서 재배되는 샤인머스캣의 가격 차이가 어느 정도가 나는지 등 궁금한 것들을 쏟아낸다. 반대로 나는 인도네시아 현지 유통과 한국산 농산물의 시장성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을 질문한다. 박람회는 이렇게 교류의 장이 된다.
기존 거래하던 인도네시아 바이어가 부스로 찾아왔다. 이 바이어는 내가 입사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의 직원과 함께 한국으로 출장 와서 회사 사무실을 방문하였던 바이어였다. 그 바이어를 다시 인도네시아에서 만나니, 내적 친밀감이 더욱 있었다. 인도네시아 바이어와 협의가 잘 되어 40피트 한국 부사 사과 수출을 성사하였다. 출장에서의 나름의 성과였다.
일주일간의 박람회를 마쳤다. 한국에서 들고 온 농산물 샘플은 한국으로 다시 들고 갈 수 없다. 식물방역법 관계상 한국산이라고 하여도 외국으로 다시 들고 갈 수 없다. 샘플로 사용한 사과와 샤인머스캣을 다시 한국으로 들고 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사과와 포도를 찾아온 방문객에게 나눠주었다. 당시의 인도네시아에는 한국산 샤인머스캣이 수입되고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포도였다. 샤인머스캣 한 알만 맛볼 수 있냐고 질문하는 방문객이 많았다. 한 송이를 다 줄 수는 없어서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한 알씩 시식하였고 잘 먹었다는 말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지나갔다. 당시에 샤인머스캣의 가격이 인도네시아에 적당해지면 시장성이 생길 거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