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도시의 아리아

by 방울리아

거울 도시는 아침 햇살을 받으면 눈부시게 빛났다.

하지만 그 빛은 따뜻하지 않고, 날카롭고 차가웠다.


고층 빌딩의 유리창마다 사람들의 얼굴이 겹겹이 비쳤다.

그 속에 아리아 자신의 모습도 있었다.


뒤틀린 모습으로 비친 자신의 얼굴,

손끝은 이미 반짝이는 화면을 스크롤하며 알림을 쫓고 있었다. 손끝 속 반짝임은 순간의 쾌감과 만족을 주었지만, 마음 속 공허를 채워주진 않았다.


아리아의 어깨 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의 망토가 걸쳐 있었다. 금빛으로 장식된 성과 메달이 망토 위에 박혀 있었다.


성과 메달이 짤랑 거리며 소리를 낼 때마다 순간순간 기쁨과 쾌감을 주었지만, 그 무게는 마음 속 공허를 숨기진 못했다.




회의실 공기는 묘하게 긴장됐다. 아리아 역시 늘 긴장 속에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곤 했다.

각자의 손끝은 화면 속 숫자와 그래프를 툭툭 치며 반짝였다.

그러나 눈길은 화면 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스쳤다.


한 남성은 화면 위 자료를 건드리는 척하며 잠깐 옆 동료를 훑었다. 동료의 화면 속 그래프가 본인의 그래프보다 반짝일 때, 그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그러나 또 다른 건너편 동료가 아직 그래프를 완성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의 입술 끝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 곧 시선을 자신의 화면으로 돌리고 그래프를 더 크게 반짝이게 치장을 하는 것에 집중을 했다. 짧은 시선과 손짓 속에서 마음 속 욕망이 올라왔다.


"내가 그래프를 먼저 올리면, 내 성과가 더 빛날거야....", 말로는 하지 않아도 손끝의 반짝임과 표정, 작은 동작은 서로의 욕망과 마음을 읽는 신호가 되었다.


작은 눈빛 교환, 손가락 끝의 스크롤, 잠깐 미소 지은 표정...모두 자기 성과가 더 빛나길,,,남의 성과가 빛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리아도 손끝을 스크롤 하며 잠시 그 흐름에 섞였다.




거울 도시의 거리에는 전광판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아래에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아이들, 나라를 잃은 남성, 자유를 잃고 굶고 있는 자들이 거울에 반사되는 빛에 눈을 뜨지 못하고 엎드려 있었다.


화려한 전광판에는 강대국 지도자들의 연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중 가장 권위 있는 지도자는 본인의 위세를 뽐내며 손을 높이 들며 외쳤다


"거울도시의 빛나는 성과와 평화는 내가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내 덕입니다."


전광판 속의 성과 메달은 눈부셨지만, 어깨 위 책임 망토 속 숨은 부담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료와 서류 속에서, 그늘 진 그림자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눈물과 땀은 투명하게 사라진 듯 했다.


성과만 반짝이고 그 아래에서 힘들어하는 타인의 고통은 전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반사될 뿐이었다.


아리아는 주변 사람들은 둘러보았다, 누군가는 손끝으로 리듬을 타며, 화면을 톡톡 치며 성과를 확인했고, 다른 이는 잠깐 옆의 사람의 화면을 훑었다가 시선을 되돌렸다.


짧은 눈빛, 손짓, 화면 속 반짝임....서로의 욕망과 질투가 드러났지만, 타인의 고통과 어려움, 책임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아리아도 애써 책임 망토를 외면한 채, 손끝에 더욱 힘을 주며 자신의 화면 속 성과를 더 반짝이게 만들었다.




아리아의 퇴근길,

아리아는 여전히 휴대폰 화면에 집중하며 발검을 재촉했다.


거울 도시 구석, 따뜻한 태양이 비치는 사각지대를 지날 때, 어디선가 프란체스코 교황님의 연설이 흘러 나왔다.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묵직했다.


"형제, 자매들이여, 우리가 만든 성과는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행복이 남의 고통에 세워진다면, 그것은 참된 행복이 아닙니다"


"거울 속 도시의 인위적 빛에 가려져 무관심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만 생각하며 비누 거품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역시 아름다워 보일지 몰라도 공허한 것입니다."


"나하고는 상관 없어, 이 세상 누구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형제 자매들이 흘리는 피는 누구의 책임입니까? 지중해 바닷가로 떠밀려오는 난민들은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면,,,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아리아는 그대로 손끝을 멈추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화려한 화면과 반짝이는 성과 메달 사이, 마음 속 작은 울림이 일렁였다. 성과 메달은 순간의 기쁨을 주었지만, 그럴수록 책임의 망토는 그 무게를 더하며 어깨에 단단히 고정되고 있었다. 그 무게와 교황님의 말씀이 아리아에게 묘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아리아는 다시 거울 빛이 반사되는 거리로 나왔지만, 거리를 걷는 동안 처음으로 자신의 발걸음을 느꼈다. 그리고 반짝이는 유리창 속 수 많은 자신과 마주했다.


뒤틀리고 기괴하게 비친 모습, 각자의 성과를 자랑하듯 빛나는 얼굴로 자신을 비추고 있는 사람들...하지만 타인의 고통과 책임은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는 듯 보였다


아리아는 거울 도시 중심 그 속에 혼자 멈춰 서 있었다. 책임의 망토는 여전히 무겁게 어깨를 누르고, 성과 메달은 잠시 빛을 내며 마음을 간질었다. 거울 도시의 차가운 빛 아래 공허와 책임의 망토가 비로소 느껴졌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 교황님의 말씀이 울려 펴졌다.


"만약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면.....그것은 우리 모두의 잘못입니다" 아리아는 교황님의 말씀을 다시금 중얼거리며 나직하게 내뱉었다.


아리아는 여전히 그대로 서 있었다. 거울 도시의 반짝임 속, 손끝의 화면과 성과 메달, 어깨위 책임의 망토, 모든 것이 겹쳐진 채, 마음 속 공허가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을 느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아리아의 손 끝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그러나 거울에 반사되는 차가운 빛은 아리아를 가만 두지 않았다.


아리아는 수 많은 거울속에 비치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 수많은 아리아와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인위적인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책임과 타인의 고통은 여전히 공기 속에 스며들었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다.


아리아는 차가운 거울 빛에 취해 손끝으로 휴대폰 화면을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 흔들며 다시금 사되는 화려한 빛 속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거울 도시는 그렇게 오늘도 반짝였다. 차갑고 기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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