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왕인가?

사막 한 가운데서 외쳐본다

by 방울리아

4달전, 기술 탈취 분쟁사건에서 2심을 전부 패소한 피해기업이 도움을 요청하며 재단을 찾아왔다.


1심을 일부 승소한 사건이었는데,

2심에서 피해기업 기존 소송대리인의 불성실한 소송 수행과 상대 대기업의 대형로펌 변호사 선임(전관 변호사)의 뜻하지 않는 콜라보 결과로 2심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히고 피해기업이 전부 패소하게 된 안타까운 사건이다.


사실 소송 절차에서, 2심을 전부 패소한 사건을 대법원에서 뒤집기란 거의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하늘의 별따기라도 그래도 대법원이 최소한의 양심을 가지고 사건을 신중히 검토해줄 것이러는 희망을 걸어 보았는데, 그 이유는 크게 2가지 였다.


첫째, 본 사건은 소송기록이 거의 만 페이지에 해당하는 고난이도 복잡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권리 구제의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이 이를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4개월만에 내쳐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둘째, 기록상 기술 개발에 대한 직접 노무비** 계상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기술 개발비 누락이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국가 연구개발을 비롯한 모든 개발 사업은 직접 노무비로 원가 항목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건은 4개월도 채 되지 않는 시점에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이 내려졌고, 기각에 대한 어떠한 이유나 설명도 없이 피해기업은 패소의 결과를 온전히 받아 드려야만 했다.


대법원, 당신들은 왕인가? 수만페이지가 넘는 고난이도 기술 사건 기록을 4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바로 심리 불속행 기각(패소) 판결을 내린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대법원은 엄청난 수의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효율적 방안으로 "대법관 재판연구관 제도"를 두고 있지만, 결국 대법관이 아닌 재판연구관의 의견이 사실상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판연구관이 하는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고, 이로 인해 대법관의 법리 판단 역량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결함도 역시 존재한다.


또한 대법원 재판 연구관 출신들의 카르텔이 대형로펌 인맥으로 이어지면서 개별 사건에 인맥 활용이라는 부정적 요소 개입이 수월한 구조이기도 하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고 매년 대법원 재판 연구관 출신들은 본인들의 인맥을 곤고히 하며 대형로펌에 "전관 출신" 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들어가게 된다.


또,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재판연구관들이 자신들에게 몰린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심리 불속행 기각이라는 제도이다. 고난이도 복잡 사건 기록을 검토하면서, 담당 대법관에게 심리 불속행 기각을 하자는 보고만 하면 되니 말이다. 수만 페이지 사건을 볼 필요도 없다.


과연 연륜과 경륜이 지긋하신 대법관님들께서 수만페이지가 넘는 기록을 꼼꼼히 봤을까?


누군가의 인생이 걸린 중요 사건을, 수만페이지 기록에 대한 사건을 단 4개월만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마무리 지은 대법원은 과연 자신있게 사법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가?


공익법인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기술 탈취 사건을 다루다보니 자연스레 상대 대기업 소송대리인들... 우리나라 굴지의 6대 로펌들을 상대하게 된다.


대형로펌 대법원 시건의 소송대리인들은 대법원 재판연구원 출신들이 대부분이고, 담당 재판부의 고향, 출신학교 동기 등 어떻게든 연관되는 변호사들로 대리인들이 구성된다. 참 절묘하다.


제발 사건에만 집중해서, 객관적인 쟁점에만 집중해서 클리어하게 실력으로만 다툴 수 있는 세상,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동등한 저울 위에서 상대 대기업과 마주하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대법원 당신들은 언제까지 왕인가?

심리불속행 기각이라는 제도 뒤에 숨어 비겁하게 상고를 기각하는 구체적 이유도 밝히지 않고 사건을 버릴 것인가? 누군가의 인생이 "고작 1페이지 판결문"에 의해 버려지는 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소위 사법부의 정의와 독립인가?


사막 한 가운데에서 오늘도 외롭게 외쳐본다.

사법부여 제발 정신차리시라! 법원은 당신들의 거대한 왕국이 아니다!!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사법부의 정의를 회복하시라!






*심리불속행 기각: 대법원 상고 사건 접수 후 4개월 이내에 법원이 상고에 대한 기각(패소) 판결을 내리는 제도로 판결문에는 기각에 대한 이유가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직접 노무비란 개발 업무에 직접 종사하는 자에 대한 인건비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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