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주의자 세계관

by 이은
결국 사랑

세상은 정확히, 날카롭게, 나를 스치듯 지나가 상처를 남기곤 한다.

차갑고 예측 불가능하고, 한순간 사람의 마음을 꺾어버리는 것들로 가득하다.

살다 보면 그 차가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허우적거릴 때가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구하는 건 돌이켜보면 결국 사랑이었다.


보일 듯 말 듯

문득 사랑은 이 세상에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사랑이 만연한 세상에 사람들이 사랑을 못 찾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세상에서 사랑이 사라진 건지.

내 결론은 전자다.

사랑은 여전히 살아 있다. 다만 보일 듯 말 듯 숨을 고르는 중일뿐이다.

사랑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드문드문, 그렇지만 촘촘하게 사람들 틈 사이, 일상의 틈 사이, 작은 순간 속에 여전히 박혀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랑은 없다’고 믿는 순간 찾을 마음도 잃고, 심지어 눈앞에서 사랑이 손을 흔들고 있어도

그게 사랑인지조차 모른 채 지나쳐버린다.


사랑주의자 세계관

나는 그래서 사랑주의자 세계관을 선택한다.

이 세계관에서는, 사랑은 결코 절멸하지 않는다.

그저 보호색을 켜고 조용히 숨어 있을 뿐.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지치고, 힘들고, 이상한 인간도 만나고, 화도 났다가 눈물도 났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회 시스템에 뒤통수를 맞더라도,

그런 순간마다 날 구하는 건 결국 사랑이었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는 단 몇 초,

말 한마디로 마음이 풀리는 경험,

누가 나를 생각해 줬다는 희미한 흔적...

결국 나를 감싸주고 살아가게 만든 모든 건 사랑이었음을.

사랑만능주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랑은 고통과 절망, 불행과 슬픔도 함께 준다.

하지만 그 무거움까지도 이겨낼 힘을 함께 준다.

그 정도는 돼야 사랑이지 아닐까.

세상은 사랑으로 움직이고 사랑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사랑주의자로 살아가기로 한다.


(커버사진은 제가 사랑하는 영화, 베티블루37.2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