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솔직함

by 글쓰는곰돌이


어제 어디선가 "무례한 솔직함"이라는 말을 들었다.





사람은, 오래전부터 거짓말과 함께 살아왔을 것이다.


너무 어린 날부터였을지도 모른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우리는 어느 순간 입술을 다물고, 다시 열고, 말과 말 사이에 보이지 않는 틈을 만들어 넣는 법을 배웠다.


그 틈 속에는 진실만이 있지 않았고 거짓만이 있지도 않았다.


어느 것도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지 못한 채 그 중간 어딘가에서 흔들리며, 조금씩 회색으로 번져 가는, 말들.


사람의 마음은 그 위를 조심스레 걸어왔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진실은 때로 너무 차가워서.


손으로 오래 쥐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냉혹해서, 그 차가움이 그대로 칼날이 되어 누군가의 가슴에 깊이 꽂히곤 했다.


"나는 솔직했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남기고 간 건, 솔직함이 아니라 아문 적 없는 상처였다.


그 상처 앞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모든 진실이 옳지 않고 모든 거짓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말이라는 것은 그렇게 단정하게 한 줄로 서지 않는다는 것을.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그 선 밖에서 흔들린다는 것을.





그래서였을까.


사람들은 가끔 거짓을 선택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사랑하는 이를 잃지 않기 위해서. 부서질 듯 위태로운 하루를 견뎌내기 위해서.


누군가의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은 크게 울리지 않고 조용히 흘러가고, 그 조용함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붙들 듯 살아왔다.


밤이 길어질수록 말은 더 부드러워졌고, 그 부드러움 속에서 우리는 겨우 하루를 건너왔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웃으며.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오래도록 무언가를 숨기며.





하지만 우리는 안다.


거짓말은 언제나 위험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한 걸음만 어긋나도 그 말은 방향을 잃고, 삶의 경계 밖으로 흘러가 우리를 삼켜버린다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낸 말에 포박된 채 더 이상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사람은 말 앞에서 잠시 멈춘다.


말이 데려갈 길을 생각한다.


그 길 끝에서 누가 남고, 누가 지워질 것인지.


누구의 마음이 무너지고, 누구의 가슴이 가까스로 버틸 것인지.


그 질문을 품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는 밤들이 있다.





세상은 흑과 백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도 그렇다.


우리의 말은 늘 그 사이 어딘가, 흐릿하고 부유한 회색의 자리에서 머물며 쉽게 한쪽으로 기울지 못한 채 흔들린다.


그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으면서도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상처 주지 않으려 하면서도 결국 상처를 남기는, 그런 서툰 존재들이 만들어 낸 방식.


우리는 완벽해지지 못한 채 다만 조금 덜 다치기 위해, 조금 더 살아남기 위해, 말 위에 발을 얹고 천천히 걸어간다.





거짓말은 나쁜가. 진실은 좋은가.


그 물음 앞에서 우리는 오래, 아주 오래 멈춘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희미하게 깨닫는다.


지금 내가 건네려는 이 말이 누구를 살려 남겨 두고, 누구를 떠나가게 만드는가.


그 사실이 더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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