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연습

by 글쓰는곰돌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삶의 결이 눈에 띄게 단조로워지는 일을 뜻하는지도 모른다.


하루는 무사히 지나가고, 그다음 하루도 별 탈 없이 이어진다.


큰 기쁨도, 크게 흔들리는 아픔도 잘 찾아오지 않는다.


대신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과, 그 속에서 점점 더 단정해지는 감정만이 남는다.





처음에는 그것이 편안함이라고 믿었다.


조금 지나고 보니 그 편안함 속에는 미묘한 공허가 함께 놓여 있었다.


심심함이라는 이름의 감정이,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는 평범한 것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그날의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고, 같은 거리의 풍경을 다르게 느껴보려는 마음.


누군가는 그것을 의미 없이 애쓰는 일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 작은 애씀 하나가 하루를 구분 짓는 표식처럼 느껴진다.





아무 일 없던 하루가, 아무 표식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지는 것이 조금 두려워졌다.





그래서 예전처럼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아도, 가끔은 폰을 들어 세상을 찍어 본다.


세탁소 앞의 바람, 횡단보도 위의 그림자, 퇴근길에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


특별해서 찍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이 내 하루의 일부였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기록된 장면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최소한 그날을 지나왔다는 증거가 되어 준다.





나이가 들수록 삶은 의도하지 않아도 심심해진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변화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그 심심함 속에서 완전히 투명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평범한 것을 조금 더 깊게 바라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같은 풍경 속에서 다른 온도를 발견하고,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아주 작은 차이를 느껴보려는 감각.




그 감각이 사라지면, 삶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받아들인다.


나이가 들수록,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재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왜냐하면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삶은 조금씩 심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심심함 속에서 하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평범한 장면을 한 번 더 바라본다.


아주 작은 차이를 느껴 보기 위해서.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나를 아직 이 삶 속에 머물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매거진의 이전글무례한 솔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