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다음 매각, 브런치스토리는?

by 글쓰는곰돌이


어제, 카카오의 다음 매각 소식이 듣고 마음 한구석이 덜컥 내려앉는다.

어쩌면 내 삶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이 그곳에 기대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기업의 가치와 서비스의 향방을 숫자로 계산하고, 시장의 논리로 미래를 점친다.

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매일 문장을 일궈온 나 같은 사람에게 중요한 건 플랫폼의 주인이 누구냐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그냥 내가 사랑하는 이 공간이 내일도 무사히 그 자리에 있어줄 것인가, 하는 아주 작고 개인적인 안녕의 문제다.




요즘 세상은 온통 '브랜딩'과 '수익화'라는 단어들로 가득하다.

무엇을 하든 자신을 어떻게 포장할지, 이게 얼마나 돈이 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고들 한다.

글쓰기도 예외가 아니어서, 문장 하나를 올릴 때도 사람들의 반응을 계산하고, 조회수를 위해 제목을 고민하고, 자기 자신을 하나의 상품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브런치는 그런 치열한 삶의 연장선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의 소란에서 한 걸음 물러나, 하얀 화면 위에 마음의 먼지를 툭툭 털어낼 수 있는 작은 도피처 같은 곳이었다.

여기서는 유명해지지 않아도 괜찮았고, 잘 팔리는 문장을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냥 나를 위해 써 내려간 진심이 조용히 놓일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했다.




내가 바라는 건 대단한 부나 화려한 성공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이 공간이 가진 특유의 담백함이 훼손되지 않는 것.

화려한 광고나 자극적인 알고리즘이 침범하지 않는 여백.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꾸며낸 문장이 아니라, 오직 나를 위해 쓴 문장이 허용되는 정적.

그 조용한 숨결이 참 좋았다.




플랫폼은 세상의 흐름에 따라 어디론가 옮겨갈 수도 있고,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

어쩌면 막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변화의 파도 속에서 이 글방만은 지금처럼 존재해주었으면 한다.

내가 오늘처럼 조용히 자판을 두드리고, 정갈하게 갈무리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으로만 남아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거창한 수식어나 화려한 비전은 없어도 괜찮다.

나는 그저 이 공간이 지금처럼, 조용히 숨 쉴 수 있는 곳으로 곁에 머물러주기를 바란다.

내가 바라는 건 평범한 지속 하나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다.




태더툴즈 시절 초대장을 받고 즐거워하던 나의 첫 블로그.

티스토리가 다음에 합병된 이후 서서히 본모습을 잃어가는 아픔이 있었는데, 브런치스토리의 모습이 그 뒤를 밟지는 않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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