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와 함께 가는 삶
나는 당뇨환자다.
작년 봄, 2024년 4월 중순이었다.
회사에서 점심으로 제육볶음을 먹었는데도 입이 말랐고, 물을 유난히 많이 마시던 날이었다.
보통 같았으면 ‘오늘 조금 피곤한가 보다’ 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고혈압과 고지혈로 몇 년째 약을 먹고 있었고, 진료를 받을 때마다 “혈당도 조심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그날의 갈증은 이상하게 마음을 멈추게 했다.
그래서 퇴근길에 집으로 가지 않고 동네 의원 문을 열었다.
혈액 검사를 하고, 이틀 뒤 결과를 들으러 갔을 때, 의사는 인쇄된 종이를 책상 위에 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화혈색소가 7.9 나왔습니다. 당뇨 맞습니다.”
그 말은 놀라움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몸이 이미 오래전부터 보내던 신호가 있었으니까.
야식을 먹고 잠들었을 때 아침의 무거움, 갈증이 잦아지고 피로가 쉽게 올라오는 감각, 그런 것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지나온 시간들이 한꺼번에 뒤에서 따라와 멈춰 섰다.
그날부터 약은 하나 더 늘었다.
아침에는 혈압약과 당뇨약, 저녁에는 고지혈약.
서랍 한 칸을 약봉지가 차지하게 되었고, 약을 삼키는 행위가 하루의 리듬 중 한 부분이 되었다.
약을 먹을 때마다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지만, 다짐이라는 것은 생활의 무게 속에서 쉽게 닳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처음 두 달은 그래도 비교적 성실했다.
아침 식사는 가볍게 하고, 흰쌀밥 대신 잡곡을 먹었으며, 간식을 줄이고, 물을 자주 마셨다.
회식 자리에서도 탄수화물이 들어 있는 음식을 조금만 마시려 했고, 라면 냄새가 올라올 때면 창문을 열어 바람을 불러들이곤 했다.
그 시기에는 유튜브에서도 당뇨 관련 영상만 찾아보았다.
의사와 영양사가 식단과 운동법을 설명하는 영상, 환자들이 기록하는 일상 관리 기록, 혈당 곡선의 변화에 대한 설명을 따라가며 메모장에 ‘잡곡 유지 / 저녁 간식 금지 / 하루 30분 걷기’ 같은 간단한 문장을 적었다.
냉장고를 열기 전에 그 메모를 한 번 보는 습관도 생겼다.
그때의 나는 나름대로 나를 돌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생활은 늘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려는 힘이 있다.
어느 날 비가 내리던 퇴근길이었다.
축축한 바람 속에서 편의점 불빛이 유난히 따뜻해 보였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컵라면이 진열된 선반 앞에서 오래 멈춰 서 있었다.
결국 하나를 집어 들었고, 뜨거운 물을 부었으며, 3분을 기다리지 않고 2분 남짓 지나 젓가락을 꽂았다.
면발이 아직 약간 단단하고, 김이 얇게 올라오는 그 순간, 그날의 피로가 라면의 향과 섞여 조용하게 내려앉았다.
먹는 동안에는 아무 말도 없었고, 다 먹고 난 뒤에도 말은 없었다.
어떤 흔들림은 큰 소리 없이 온다.
그렇게 식단 관리도 서서히 흐트러졌다.
무너짐은 대부분 한 번의 사건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주 작은 선택들이 이어져 방향을 돌려놓는다.
“오늘만”이라는 말은 언제나 “내일도”로 연결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병원은 점점 멀어졌다.
처음에는 일정 때문이었고, 그다음에는 잘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섞였고, 결국에는 검사를 하고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병원은 나를 도와주는 곳이지만, 나는 거기서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그대로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발을 멈췄다.
숫자는 설명하지 않지만, 대신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7개월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스스로를 모른 척하고 있었다.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었고, 숫자를 보지 않는 것이었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었다.
하지만 몸은 미루지 않았다.
갈증이 더 잦아졌고, 계단을 오를 때의 숨은 더 빨리 거칠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동작이 조금 더 무겁게 느껴졌다.
출근 후 사무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예전보다 조금 지쳐 보였다.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분명했다.
그것을 알아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인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그러고 나서 아주 단순한 결론이 생겼다.
다시 가야겠다는 것.
대단한 결심은 아니다.
완벽하게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도망을 멈추는 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멈춰 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천천히 일어나는 중이다.
아직 시작하는 중이다.
오늘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