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에서 위키드 파트2를 봤습니다.
작년 11월에 1편 보고 너무 좋아서 2편은 개봉하자마자 예매해뒀더랬죠.
회사 끝나고 바로 달려갔습니다.
이번에도 고민을 좀 했는데 결국 일반 상영관으로 봤어요.
1편 때 돌비로 봐서 이번엔 아이맥스 해볼까 했는데, 표 가격도 그렇고 해서 그냥 일반으로.
근데 생각보다 음향이 좀 아쉽더라고요.
'No Good Deed' 나올 때 돌비로 볼걸 그랬나 싶었습니다.
좌석은 중간보다 약간 뒤쪽, 가운데였는데 시야는 괜찮았어요.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거의 70% 정도?
제 옆자리는 다행히 비어있어서 팔걸이 편하게 쓸 수 있었고요.
영화 시작하고 한 15-20분 정도는 솔직히 집중이 잘 안 됐습니다.
1편 끝에서 엘파바가 빗자루 타고 날아가잖아요.
그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영화는 그 뒤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중간 과정을 거의 안 보여주더군요.
엘파바는 어디 숲인가에 숨어 지내고, 글린다는 에메랄드 시티에서 완전 유명인사가 돼있고.
두 사람이 그 사이에 뭘 했는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명확하게 안 나와서 좀 헷갈렸어요.
장면 전환도 1편만큼 부드럽지 않았고, 여기 보여주다가 갑자기 저기로 확 바뀌는 느낌이랄까요.
영화 보다가 노래 두 개가 좀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엘파바가 부르는 'No Place Like Home'이랑 글린다가 부르는 'The Girl in the Bubble'.
노래 자체는 괜찮은데, 이야기 흐름이랑 안 맞는 느낌?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두 곡은 원작 뮤지컬에 없던 노래를 영화에서 새로 넣은 거더군요.
특히 엘파바 노래는 동물들이랑 만나는 장면에서 나오는데, 노래 듣다 보면 이야기 흐름이 좀 끊기는 느낌이었어요.
신시아 에리보 노래는 정말 잘하는데, 1편의 'Defying Gravity' 같은 그 강렬함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좋은 노래 정도?
글린다 노래도 비슷했고요.
아리아나 그란데 표정만 봐도 글린다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 충분히 알겠는데 굳이 노래로 또 설명하나 싶었습니다.
아 근데 영화 중반쯤 가니까 완전 달라지더라고요.
엘파바가 'No Good Deed' 부르는 장면 나왔을 때...
와 이건 정말이었습니다.
엘파바가 모든 희망을 잃고 완전히 무너지면서 악으로 돌아서는 그 순간인데, 신시아 에리보 연기랑 노래가 대단했어요.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분노하다가 슬퍼하다가 절규하다가, 감정이 계속 바뀌는데 그게 다 얼굴에 보이고 목소리에서 들리더라고요.
특히 "No good deed goes unpunished" 이 부분 부를 때 목소리 떨리는 거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숨 참고 있었습니다.
노래 끝나고 잠깐 정적이 흘렀는데, 제 뒤쪽에서 누가 작게 "와..." 하는 소리가 들렸고요.
저도 박수치고 싶었는데 극장이라 참았습니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영화관에서 볼 가치 있어요.
아리아나 그란데의 연기도 정말 좋아졌습니다.
1편 때도 괜찮았는데 2편에서는 확실히 더 나아졌네요.
글린다가 겉으로는 완벽하고 화려한데 속으로는 엘파바 걱정하고 자기 선택이 맞는지 고민하는 게 표정으로 다 보이더라고요.
후반부에 가면 글린다 눈빛이 달라져요.
뭔가 더 성숙해진 느낌이랄까요.
처음에 샹시에서 만났을 때는 완전 철없는 애였는데, 마지막에는 완전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마지막에 엘파바랑 작별하는 장면에서는 좀 울컥했어요.
말은 별로 안 하는데 눈으로 다 말하는 느낌이었달까.
아리아나 그란데가 가수로 유명한 건 알았는데 배우로도 이 정도일 줄 몰랐네요.
요즘 젊은 뮤지션들 중에 이렇게 연기까지 잘하는 경우가 드문데 말이죠.
조나단 베일리는 여전히 멋있었고요.
'As Long As You're Mine' 부를 때 로맨틱하더라고요.
근데 피예로랑 엘파바가 그렇게까지 깊은 사이였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1편에서 두 사람 대화하는 장면 몇 번 있긴 했는데, 그게 사랑까지 가기에는 좀 약한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피예로가 엘파바 구하려고 모든 걸 포기하고 나서는 장면이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졌어요.
물론 감동적이긴 했지만요.
영화 끝부분에 엘파바랑 글린다가 마지막으로 만나서 'For Good' 부르는 장면.
여기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Because I knew you, I have been changed for good" 이 가사 나올 때 제 앞자리 분이 코 푸는 소리가 들렸고, 옆에서도 훌쩍이는 소리 났습니다.
극장 분위기가 묘하게 숙연해지더라고요.
1편에서 샹시에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완전 싫어하던 둘이 이렇게까지 깊은 우정을 쌓게 됐다는 게 참 감동이었습니다.
거의 1년 가까이 이 두 캐릭터 지켜봐온 입장에서는 뭉클했어요.
두 사람 목소리가 하모니 이루면서 점점 높아질 때, 극장 음향이 쫙 퍼지면서 전율이 왔습니다.
이건 집에서 넷플릭스로 보는 거랑 완전 다른 경험이에요.
세트, 의상, 분장 다 1편만큼 좋았습니다.
글린다 드레스는 장면마다 바뀌는데 하나하나가 예술이더라고요.
특히 에메랄드 시티 장면에서 입은 연두색 드레스? 그거 예뻤습니다.
보크가 양철 나무꾼으로 변하는 장면은 좀 무서웠고요.
CGI인 거 알지만 되게 현실적으로 만들어놔서 보는 내내 좀 불편했어요.
근데 그만큼 네사로즈가 얼마나 잔인한 짓을 한 건지 확 와닿더라고요.
엘파바가 물에 녹는 장면도 비주얼 대단했습니다.
초록색 피부가 점점 녹아내리는 거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찍었지?' 싶었고.
도로시가 중간중간 나오는데 끝까지 얼굴을 안 보여주더군요.
뒤통수만 보여주거나, 머리카락으로 가리거나, 아니면 카메라가 이상한 각도에서 찍거나.
처음에는 '오 이거 재밌네?' 했는데 나중에는 좀 산만했습니다.
관객들 다 도로시가 누군지 아는데 굳이 저렇게까지 숨겨야 하나 싶었어요.
1939년 영화 오마주인 것 같긴 한데, 좀 과했던 것 같아요.
허수아비 된 피예로도 마찬가지고요.
제일 끝에 가서야 얼굴 보여주는데, 관객은 이미 다 아는데 뭐하러 숨겼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1편이 더 좋았습니다.
1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한 구간이 없었는데, 2편은 중반까지 좀 지루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물론 후반 가면서 점점 나아지긴 했지만요.
1편에는 기억에 남는 노래가 많았잖아요.
'The Wizard and I', 'Popular', 'Dancing Through Life', 'Defying Gravity'... 다 명곡이었는데, 2편은 'No Good Deed'랑 'For Good' 빼고는 임팩트가 좀 약했습니다.
그리고 1편은 엘파바랑 글린다 우정이 쌓여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줬는데, 2편은 좀 급하게 진행되는 느낌이었고.
1편에 10점 만점에 9점 줬는데, 2편은 7점? 7.5점? 그 정도 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쉬운 점 얘기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 있어요.
1편 봤으면 당연히 2편도 봐야죠.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신시아 에리보랑 아리아나 그란데 연기는 최고였고요.
두 사람 케미스트리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관 갈 이유는 충분합니다.
저는 원작 뮤지컬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순수하게 영화로만 이 이야기를 접했는데, 나중에 기회 되면 뮤지컬도 한번 보고 싶네요.
뮤지컬 본 사람들 후기 읽어보니까 원작도 2막이 1막보다 약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도 비슷하게 나온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 보고 나니까 1939년 <오즈의 마법사>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거 제가 어렸을 때 TV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서쪽의 사악한 마녀 나오면 "저게 엘파바였구나" 생각할 것 같고, 겁쟁이 사자 보면 어릴 때 그 장면이 떠오를 것 같고.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 들었어요.
제임스 프랑코 나오는 거요.
그거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봤었는데, 그때는 위키드를 몰라서 그냥 오즈 시리즈 프리퀄로만 봤거든요.
이제 다시 보면 연결점이 보이겠죠.
나중에 시간 나면 주말에 세 편 몰아서 봐야겠습니다.
극장 나오면서 'For Good' 멜로디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집에 와서도 유튜브로 한 세 번 더 들었네요.
"Because I knew you, I have been changed for good"
작년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거의 1년 동안 위키드와 함께한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완벽한 속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어요.
아 그리고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일어나지 마세요.
끝까지 보세요.
뭐 특별한 쿠키 영상 같은 건 없는데, 그냥 음악 들으면서 여운 즐기시라고요.
저는 한 5분 정도 앉아 있다가 나왔습니다.
위키드 2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