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갈 때마다
나는 항상 조금 늦게 들어간다.
문 앞에서 한 박자 숨을 고른다.
‘이 그림은 언제 거지?’
‘이런 걸 이해하려면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 질문들은
그림보다 먼저 나를 압도한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두려워한 건
미술이 아니라 무지해 보일까 봐 느끼는 부끄러움이라는 걸.
우리는 미술 앞에서
너무 자주 학생이 되려고 한다.
감상보다 해석을,
느낌보다 정답을 찾는다.
하지만 그림은
시대를 맞히라고 걸려 있는 게 아니다.
그날의 나와
어떻게 부딪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어떤 그림 앞에서는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고,
어떤 그림 앞에서는
괜히 오래 서 있게 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시대는
나중에 알아도 된다.
설명은
집에 돌아와서 읽어도 된다.
미술관에서는
잘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조금 솔직해지면 된다.
미술관에서 필요한 건 지식보다, 잠시 판단을 내려놓는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