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사람의 방식, 필사라는 숨 고르기
정기감사가 오면, 나는 잠시 멈춘다
정기감사는 늘 마음을 짓누른다.
달력 위에 표시된 그 날짜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또렷해지고,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십 번은 지나간 장면들이 반복된다.
문제는 일이 아니다.
일은 늘 하던 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도 사람은, 이상하게
“혹시”라는 두 글자 앞에서 쉽게 작아진다.
혹시 놓친 건 없을까.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어긋난 건 없을까.
혹시 아무 일도 없던 일상이,
이번에는 다르게 흘러가진 않을까.
그렇게 마음이 먼저 지쳐버린다.
그래서였을까.
습관처럼 이어오던 필사조차
어느 순간 손에서 멀어졌다.
하루를 정리하듯 한 줄씩 써 내려가던 시간,
그 짧은 고요가
나를 붙잡아주던 버팀목이었는데도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거워지니
그마저도 잠시 멈춰야 했다.
멈춘다는 건,
늘 패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건 포기가 아니라
잠시 숨을 고르는 일이었다.
나는 힘든 순간마다 필사로 버텨왔다.
누군가는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술잔을 기울이고,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지만,
나는 그저
다른 사람의 문장을 빌려
내 마음을 붙잡았다.
이상하게도
내 이야기를 쓰지 못할 때,
남의 문장을 따라 쓰는 것만으로도
흩어지던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한 구간을 지나왔다.
대단한 해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버티고,
흔들리고,
다시 조금 정리되는
그 과정을 반복했을 뿐이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한다.
삶이란 건
잘 해내는 사람보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조금 더 오래간다고.
그리고
잠시 멈춘 사람도
결국은 다시 걷게 된다고.
정기감사는 또 올 것이다.
그때도 나는 아마
비슷한 마음으로 흔들릴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 시간을 지나가는 방법을.
그리고
멈췄던 필사의 한 줄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