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자주 시청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은 다음 날 출근 때문인지 스케줄을 줄이고 TV 앞에 앉아 쉬는데 자주 마주하게 되는 프로그램이 "미운 우리 새끼" 프로그램이다.
재미있지만 연속극을 꾸준히 시청하지 못하듯 해당 프로그램 역시 출연진들의 말장난 같은 상황 설정에 식상할 즘, 어제 프로그램은 묵직하게 부모의 아픔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라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 짐을 느꼈다. 수다스럽지 않은 배우 가족의 추억이 묻어있는 홍천 여행 편이다.
출연 배우는 부모님과 함께 추억을 나눌 여행지를 선택하다 17년 전 불의의 사고로 먼저 떠난 동생과 온 가족의 추억이 묻어있는 홍천을 여행지로 택한다. 평소 많은 말을 나누는 가족은 아니지만 짧은 이야기 속 유머와 해학이 넘쳐나는 아버님, 먼저 떠난 아들에 대한 속내를 떨어놓는 장면에서는 부모의 마음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개인적으로 이 가족의 사고 관련하여 인연도 있다. 같은 시기에 호주 같은 지역에 유학하고 있던 아들 덕분에 시청자보다는 좀 더 자세한 사고 경위를 듣고 안타까움이 컸는데, 당시에 아들 잃은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힘드실까? 하는 생각에 한동안 슬픈 감정에 빠져 있었다.
아들을 통해 호주 상황을 듣던 중, 고인이 된 배우의 동생분이 내가 근무하는 호주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유학 생활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모의 심정으로 고인이 된 배우의 동생 계좌를 확인하여 잔액이 있다면 가족에게 돌려 드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배려라는 생각에 본사에 상황 설명을 하는 이메일을 보내 잔액 조회와 인출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본사는 고인의 계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으며 계좌 잔액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발부하는 사망증명서와 상속인이라는 증명을 제출하지 않고서는 어떤 업무도 처리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입장에서 본사의 결정과 통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슬픔에 잠겨있을 가족들에게 이런 사소한 일로 연락을 하여 관련 서류를 요청하기에는 가족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안기는 행동 같아 연락하지 못하고 본사 직원과 약 두 달 동안 이메일과 전화를 통한 논쟁 끝에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한화 약 300만 원) 통장에 남아있던 잔액을 송금받아 아버님께 전달했던 기억이 떠올라 프로그램에 더욱 집중하며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반복된 상황 설명과 예외 인정을 주장해도 그렇게 거부하던 본사 직원의 마음을 움직였던 마지막 나의 주장은 " 고인의 계좌에 남아있는 예금 잔액은 돈으로 보기보단 고인이 된 젊은이의 유품이다. 가족에게 고이 돌려 드려야 한다."였다. 그러면서 향후 발생될 감독당국 감사, 은행 감사에서 반환 후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서울지점에 근무하는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문장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프로그램을 통하여 아직까지도 아버님 어머님의 가슴속에 묻혀있을 막내아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 늘 말씀은 많지 않고 다정한 모습도 아니지만 한마디 한마디 가슴 깊숙이 우러나오는 아버님의 가족애를 느낀 프로그램이었다. 향후에도 개그 같은 말 많은 프로그램보다는 이 가족의 여행 편 같은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운 좋게 아직 은행에 근무하고 있지만 고객 서비스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누가 알아줘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본인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최선을 다하여 고객을 대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비록 아직 배우가족들은 자세한 상황을 모르시겠지만, 두 달 동안 힘들고 포기하고픈 논쟁을 중단하지 않은 것은 유품을 전달하고픈 심정으로 결과를 전달하였고, 가족들 역시 아들의 유품으로 받으셨을 것으로 생각하니 17년 전 노력이 보람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배우 가족의 행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