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처럼 다가온 삶의 선물

여전히 살아있는 우정과 사랑

by 인생클래스

가끔 삶은, 믿기 어려울 만큼 절묘한 순간을 우리에게 건네준다. 마치 오래전 묻어둔 편지가, 어느 날 문틈 사이로 바람을 타고 다시 들어오는 것처럼.

4년 전, 친구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힘겨운 투석을 묵묵히 견뎌내며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그 친구.

나는 그의 부음을 듣고, 코로나로 마지막 인사도 못한 그날 밤, 홀로 홍어찜 한 접시에 술을 따르며 SNS에 조용히 글을 올렸다. 그날의 눈물과 술기운은 그렇게 시간 속에 묻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육십을 넘긴 우리들, 인생은 육십부터라고들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상업적인 문장인지 우리는 안다.

이제 서서히 내리막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친구는 오랫동안 신장병으로 고생했다.

주 3회의 투석.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몸이 불편한 그를 대신해 내가 자주 전화를 걸었고, 그는 늘

"아내에게 미안하다", "아들 녀석은 잘하고 있다", "손주 커가는 것이 너무 예쁘다"…

가족 이야기를 했다. 그의 삶은 고통 속에서도 사랑이었다.


두 달 전, 그가 병원에 입원한 뒤 코로나로 인해 마지막 면회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렇게… 떠나보냈다.


그날, 나는 혼자 술을 마시며 이렇게 썼다.


"친구야,

긴 시간 동안 투석 잘 견뎌냈다.

불평 한 마디 없이 잘 버텨준 너, 참 대견하다.

이제 아내에게, 아들에게 마음의 짐 내려놓고 편히 쉬어라." 그리고는 잊었다. 적어도, 그렇게 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 밤,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나의 SNS 글 중, 친구의 아들이 내 글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카카오톡 프로필 업데이트 알림을 누르다가 흘러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는 댓글을 남겼다.


"사진 속에 웃고 계신 아버지를 보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순간, 나도 울컥했다.

친구가 남긴 것은 단지 사진 한 장, 기억 몇 조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들에게 이어진 사랑이었고, 우리가 나눈 우정이 아직도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글 중 하나. 어느 평범한 밤.

마치 친구가 우리 둘을 다시 만나게 해준 것만 같았다. 그 우연이 너무나 절묘해서… 단순한 '우연'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친구의 아들에게 답글을 달았다.

그리고 투석 스케줄로 어렵게 떠났던 그 친구와의 제주도 여행의 추억이 떠올랐다.몸이 불편했지만 끝없이 웃던 친구,

'아들이 여행가라고 준 용돈 자랑'하며 아이처럼 해맑던 모습.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 안엔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현복아,

네 아빠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단다.

아빠는 떠났지만, 네 마음 속에도, 내 기억 속에도 여전히 살아 있어.

그리고 오늘처럼, 작은 글 하나가 아빠를 다시 우리 곁으로 데려와 주는 날, 우리는 아빠가 얼마나 큰 사랑을 남겼는지 알게 되는 거야."


나는 이 우연 속의 기적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것이 우정의 힘이고, 사랑의 흔적이며,

삶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