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Katti와 작은 갈등, 그리고 웃음

by 인생클래스

폴란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젊은 여자, Katti.


에스텔라에서 처음 만난 날부터 그녀는 두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쉼 없이 떠들며,

조금은 이기적이고 독특했다.

무엇이든 함께 쓰자고 요구한다. 멘소래담, 티슈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걷다 갑자기 허벅지를 드러내며 멘소래담을 발라 달라 부탁하기도 하고, 걷는 동안 노래하고 춤추며 배낭을 메고 걷는다.


당돌하지만 한편으로는 귀엽다. 활력이 넘치지만, 배려심은 조금 부족해 보였다.


Katti는 늘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만 생각한다고 한다. 나는 그녀를 발랄한 젊은이로 이해했다.


이틀 뒤, 숙소에서 이탈리아에서 온 Petra와 말다툼이 있었다.


발단은 '말을 조금 줄이라'는 것.


둘 다 시끄럽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숙소에 걷는 동료들은 박장대소했다.


Katti는 "일요일엔 침묵한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지난 일요일에도 그녀는 재잘댔다.

로그로뇨 숙소에서 한국 자매 학생 세 명과 외국 여성 그룹 사이에도 소란이 있었다.


한국에서 새롭게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이동하여 순례 길에 합류한 자매들이 우리와 함께 걸어온 외국인 여자그룹 사이에서의 일이다.

한국 자매 학생들이 도착하여 짐도 다 풀기 전 Katti는 그들에게 드라이어를 빌려 달라고 했나 보다.


약간은 언짢은 느낌이 드는 행동으로도 보였겠지만, 멀리서 새롭게 걷기에 합류한 한국 학생들에게 살갑게 다가가기 위한 행동으로도 보였다.


얼굴 표정으로 보아 마지못해 허락한 한국 젊은 친구들이 얼마 후 이탈리아에서 온 Petra가 이번엔 정중히 드라이를 사용할 수 있느냐는 요청에 화가 났나 보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일랜드에서 온 폴(Paul)이란 친구가 1층으로 뛰어 내려와 그들 간 말다툼이 있다고 걱정스레 알려준다.


나 역시 한국에서 걷기에 참여한 자매들과 인사 나누기 전이라 모르는 척했다.


이 긴 여정 걸으며 무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드라이기를 가져오는 결정을 힘들게 했을 텐데 그들도 상처받았을 것이다.


정작 당돌한 행동은 영국에서 온 Katti인데

지금까지 함께 걸으며 예의 바른 행동을 하는

이탈리아 젊은 친구 Petra가 난처한 상황을 맞았나 보다.


당당해진 한국의 젊은이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그들과 삼일 이상 함께 해온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양보했더라면 나까지도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한 그룹이 되기 위해 노력했을 텐데 아쉽다.


이탈리아에서 온 그 친구(Petra), 본인이 태어난 후 8개월 만에 아빠는 딴 여자를 만나 떠났단다.


이틀 전 숙소에서 와인의 취기를 빌어 나를 바라보며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빠가 생각난다며 독백처럼 이야기하곤 깊은 담배연기를 내뿜었는데...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었다.


이길 걷다 보면 나중에 저들도 하나가 되겠지.

사람 사는 곳엔 늘 갈등이 동반되나 보다.


그곳이 순례 길이라도 예외는 없어 보인다.

모두들 빨리 잊고 즐거운 걷기가 되길 빌어본다.

순례길에서는 혼자 걷지만, 숙소에서는 함께 생활한다.


함께 걷는 외국인 젊은이들에게 이름을 알려줬더니 수시로 나의 이름을 불러줘, 30여 년 잊고 살던 나를 다시 찾은 기분이 들게 한다.


순례길은 결국 사람과 사람, 그리고 관계를 배우는 길이기도 하다.

로그로뇨의 밤, 도시는 차분하면서도 활기차다.

백 년 된 레스토랑에서 열린 생일 파티.


카드놀이를 하는 노인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카드를 즐기는 어른들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하고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핸드폰을 받아 든 할아버지는 본인은 나이가 들어 손이 떨리니 멋진 모습을 담기 위해 아내 머리를 받침대 삼아 찍는단다.


부부가 보여준 순간적인 유머러스하고 화합적인 행동이 피로에 지친 우릴 웃게 만든다.

솔직히 순례를 시작할 때는 혼자이고 싶었다.

하지만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순간,

우리는 순식간에 하나가 된다.


순례길은 풍경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담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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