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위로 지나간 시간

부러진 안경

by 인생클래스

잠자리에 들기 전 떨어진 안경을

밟아 부러트렸다.


쿨하게

"이제 바꿀 때가 됐는데 잘 됐네."

스스로를 다독이며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잠자리에 들자

괜히 마음이 흔들렸다.


처음 안경을 썼던 그 시절이

불쑥 떠올랐다.


고2 때였다.

칠판 글씨가 흐릿해져

선생님의 손짓만 따라가던 날들.


부모님께 전화로 용기를 내 말씀드렸더니

골의 아버지는 10리를 걸어 나오셔

한 시간 넘게 시외버스를 타고 천안까지 오셨다.

그렇게 맞춰주신, 내 첫 안경.


그런데 다음 날

체육시간에 날아온 공에 맞아

그 안경은 산산이 부서졌다.


수업이 끝나고

자취방에 돌아와 한참을 울었다.


안경을 맞춰주시고

어둠 내린 도심을 걸어가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왠지 너무 초라해 보였다.


공부도 못하는 놈이

시력까지 나빠져

부모님께 또 짐이 된 것 같았다.

그 마음이, 어린 나를 삼켜버렸다.


오늘, 부러진 안경을 생각하며

그때의 서글픔이 다시 밀려왔다.


이제는 웃으며 "괜찮다"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 시절의 아픔은

아직도 내 마음 한편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오늘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날이라는 걸.


아버지,

혹시 제가 요즘

너무 생각 안 한다고


그래서 일부러

안경을 밟게 하신 건가요?.


잘 계신 거죠?.

나이가 드니 저도 아버지 생각이

더 자주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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